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브 장송 국제 음악축제’는 매년 정상급 연주자들이 초청되어 좋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1950년 9월에 열렸던 음악축제에도 유명한 음악가들이 많이 초청되었었는데, 그중에서도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던 한 피아니스트가 있었다. 그가 바로 33살의 디누 리파티(Dinu Lipatti, 1917-1950)로, 당시 최고의 기량과 활발한 연주활동을 통해 세계대전으로 지쳐 있었던 유럽인들을 크게 위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안타깝게도 연주자로서 가장 전성기에 있어야 할 30대의 나이에 백혈병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투병 중이었던 리파티가 음악축제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브 장송에 모였다. 그는 특히 쇼팽의 왈츠를 좋아했기 때문ㅁ에 그날 연주의 후반부는 쇼팽의 왈츠들로 구성되었고, 그가 가장 즐겨 쳤던 ‘화려한 왈츠(Valse Brillante)’가 마지막 곡으로 결정되면서 관객들의 기대는 고조되었다. 일반적으로 관객들은 자신들이 듣는 연주가 그 연주자의 마지막 연주가 될 것이라고 미리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날 모든 청중들과 리파티 자신도 이 연주가 마지막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이날의 실황 연주가 음반으로 발매되었고 그 앨범의 타이틀은 ‘마지막 독주회(Last Recital)’였다.
연주 당일 리파티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기도 힘든 상태였지만, 만류하는 의사를 뒤로하고 몰핀 주사를 맞아가며 마지막 힘을 다해 연주를 진행하였다. 힘겹게 연주를 진행하다 마지막 곡이었던 ‘화려한 왈츠’를 치지 못한 채, 결국 몰핀의 기운이 다하여 연주를 멈추고 말았다. 결국 그는 연주를 끝내지 못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 있었던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으로 그를 응원했고 그 격려의 소리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그러자 놀랍게도 리파티는 다시 무대에 나타났다. 그가 피아노 앞에 다시 앉았을 때 박수소리가 멈추었고 그 고요함 속에서 그는 쇼팽의 ‘화려한 왈츠’가 아니라 바하의 ‘인류의 기쁨되신 예수’를 한음 한음 잔잔하게 연주했다. 마지막 무대에 동참했던 청중들과 그의 모든 것을 바쳤던 무대에게 작별인사를 하듯, 화려하게 마무리하고자 했던 그의 마지막 연주회는 잔잔하고 진솔한 연주로 막을 내렸다. #PianistarHJ
<박현지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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