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그렇듯 대개 첫 만남은 주로 자기소개로 시작된다. 이을 소(紹)에 낄 개(介). 어떠한 이유로든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서로 다른 기대치에 기본값을 정하고 간단한 신뢰를 쌓아 공감을 만들어내는 시간. 낯선 마음들을 ‘이어주고’ 그 틈에 ‘끼어들어’ 자연스럽게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계. 그렇게 우리는 첫 모임에서 서로를 소개하거나, 인터뷰에서 간략한 자기소개를 하거나, 새로운 이웃에게 인사를 나누는 것처럼 수없이 세상에 나를 소개하고, 역시나 무수히 많은 사람의 소개를 받으며 살아간다. 진실하고 정갈한 소개를 통해 공간의 온도가 따듯해지고 좋은 감정이 피어날 수 있는 반면, 잘못되거나 부풀어진 소개는 되레 오해나 편견을 만드는 등 안타까운 실패를 가져오기 일쑤다.
그래서일까, 해를 지날수록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대학생 때야 깊게 생각할 필요없이 “저는 학생이에요”, “저는 86년생입니다”, “영화 보는 것을 참 좋아해요” 같이 간략하게 몇 문장으로도 충분했던 내 삶은, 여러 번의 사계절을 보내며 다양한 인연을 만나 많은 호칭이 생겼고, 쉽게 오지 못할 행운으로 다수의 직책을 경험했고, 절대 잊지 못할 삶의 추억들로 만들어진 굵직한 신념마저 꽤 많아졌다. 개중에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보여주어야 할지, 나에 대한 무엇을 먼저 내걸어야 성공적인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럴 때일수록 시작은 결국 서론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모든 이야기의 진짜 핵심은 언제나 본론에 있기 마련이니까. 사람의 가장 진실한 모습은 어차피 말이나 글로 완벽하게 구현되지 못할 뿐더러, 오로지 눈 내리듯 쌓이는 시간이 주는 경험과 교감으로 느껴질 테니까.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래도 조금 부족한 것 같아도 좋다. 실수로 중요한 몇 가지를 빠뜨려도 괜찮다. 우리 모두, 앞으로 펼쳐질 반짝이는 본론을 더 기대하며 즐겁고 너그럽게 다음 페이지를 넘겨줄 이들을 꼭 만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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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씨는 11살에 미국으로 이민하여 대학 졸업 후 애플에서 10년 동안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근무했다. 현재는 프리랜서 작가 및 YANA 비영리단체에서 프로젝트 진행, 번역 및 통역으로 한국 요보호아동과 보호종료아동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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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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