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웃 아파트 주민들 검사소 앞에 길게 늘어서
▶ 본토 확진자 100명 돌파,‘제로(0) 감염’은 허상
봉쇄 맞아?”, “에이 설마”, “출근 때도 괜찮던데.”
지난 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 아파트 주민 대화방이 술렁였다. 길 건너 아파트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 봉쇄됐다는 말이 돌았다. 1,000여 가구가 입주한 적잖은 규모의 단지다.
“맙소사, 맞네.”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면서 탄식이 쏟아졌다. 방역요원과 경찰이 아파트 정문 앞에서 주민들의 단지 밖 이동을 막고 있었다. 확진자는 1명에 불과했지만 당국은 격리가 21일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상가 건물도 즉시 폐쇄됐다.
날벼락이었다. 이웃을 지켜보던 안타까움도 잠시, 주민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또다시 검사소 천막 앞에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고 있었다. 다만 오늘 당장인지가 궁금한 눈치였다. 지난해 12월 확진자가 발생하자 중국 특유의 속도전으로 이틀 만에 주민 30만 명을 전수 검사한 전례 때문이다.
“왕징 주민은 원칙상 베이징을 떠날 수 없다”는 시 당국의 지침이 내려왔다. 앞서 확진자가 나온 베이징의 다른 곳처럼 방역단계가 ‘중위험’ 지역으로 격상되진 않았다. 하지만 이미 심리적으로는 집과 동네 안에 발이 묶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정 무렵 주민 대표가 공지를 띄웠다. “5일 아침 6시 반에 검사를 시작합니다.”
주변 아파트 주민 5,600여 명이 검사에 응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전체 대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였다. 주민들은 서둘러 검사를 받자고 서로 독려하긴 했지만 꼼꼼하게 인원을 체크하던 지난해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8일 일부 도시와 베이징을 잇는 항공과 기차편이 끊겼다. 당국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지 않은 곳에 머문 경우 베이징에 오지 말고 현지에서 방역에 철저를 기하라고 말을 바꿨다. 지난 1월 28일 이후 6개월여 만에 코로나에 뚫린 수도 베이징을 보위10일 해외 유입을 제외한 중국 본토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이번 델타 변이 사태 이후 세 자릿수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 반면 보건당국은 “잠복기를 고려하면 앞으로 한두 달 안에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누구도 정색하고 반박하진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겹겹이 틀어막으며 확진자 ‘0’을 고집해온 중국의 집요한 방역체계도 언제든 변이 바이러스에 속절없이 뚫릴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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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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