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산소에 다녀오는 길 전설의 여우가 살고 있지요 머리끝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고갯길 마지막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려요 두 눈을 감고 가슴 떨리는 황혼을 붙잡았지요 나를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 별을 안고 내리는 구원의 작은 집 달빛에 익은 수박넝쿨을 휘어 감는 붉은 구름이 하늘에 걸려있고 구릿빛 얼굴로 반기는 삼촌의 얼굴 햇빛에 반짝거리지요 내 머리보다 큰 수박을 건네는 얼굴엔 한 해의 주름이 걸려있지요 매미 울음이 달빛에 숨어드는 원두막에서 며칠 전 사랑의 환희를 들었지 삼촌의 눈에서 그늘을 보았지 언젠가 사랑을 잃고 홀로된 무성한 소문이 싹이 트고 자라서 참외나 수박이 되었겠지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이는 밤 바람이 풀잎을 밟고 지나는 소리 내 눈을 스쳐가는 며칠 전 그 여자 여우가 되어 우는 밤 나는 하늘에 떠있는 소문의 별을 세고 있는 아이 별 하나 별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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