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복 공습 2차 폭발로 아동 등 최대 10명 숨져
▶ 잇따른 미군·민간 희생, 바이든 책임론 확산

30일 아프간 카불 공항을 향해 IS의 미사일 공격이 진행된 가운데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미군의 반격으로 초토화돼 있다. [로이터]
‘가차 없는 보복’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애당초 ‘8월31일 철군 완료’를 고집하며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일까.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호라산’(IS-K)의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이 숨진 후 사흘간 미국의 두 차례 보복 공습 과정에서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복수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지에선 일촉즉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비난의 화살은 섣부른 철군과 즉각적인 응징 결정으로 아프간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린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친정(민주당)마저 등을 돌리면서 거센 후폭풍이 이어질 조짐이다.
29일 미군이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을 노린 자살폭탄 테러 차량을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폭파시켰다. 27일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에서 IS-K 고위급 두 명을 제거한 지 이틀 만의 ‘보복 작전’이었다. 테러 공격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표현이자, 아프간 내 정보망이 건재하다는 걸 대내외에 과시한 의미도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데서 문제가 터졌다. 차량에 실린 폭탄이 터지며 대규모 2차 폭발로 이어졌다. 그로 인해 인근 민가에 거주하던 민간인들이 희생됐다. 인명피해 규모는 외신들마다 엇갈린다. CNN은 “어린이 6명을 포함한 일가족 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희생자가 10명이라고 전했고, AP통신은 현지 당국자를 인용해 “어린이 3명이 숨졌다”고 했다. 어쨌든 애꿎은 민간인들이 미국의 보복 때문에 목숨을 잃은 건 확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성급한 철군 시점 결정, 그에 따른 혼란으로 안팎의 비판을 받아 왔다. 전날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은 아프간에서 ‘모 아니면 도’ 식의 결정만 고수할 뿐,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며 “그의 환원주의(다양한 현상을 한 원인으로 설명하려는 경향) 공식은 카불의 혼란이 불가피한 일인지, 아니면 다른 옵션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인지를 두고 논쟁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적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게 아프간 철수의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무조건 피하려 했던 ‘미군 사망자 발생’ 시나리오에다 민간인 희생까지 겹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리게 됐다. 어번 대변인은 추가 성명에서 “무고한 생명의 희생 가능성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공습 장소나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실제 이날 소셜미디어에선 “바이든은 어린이의 죽음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 등 미국의 해명을 촉구하는 글이 이어졌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이 대대적인 공세 빌미를 얻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마저 공세에 가담했다. 수전 와일드 연방하원의원은 “아프간 대피 과정이 터무니없이 잘못 다뤄졌다”고 지적했고, 일부 의원은 철수 시한 연장을 주장하며 ‘거리 두기’에도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국정 운영에 어려움은 물론, 내년 11월 중간 선거에까지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아프간 내 혼란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며 “위기 극복에 실패하면 중간선거 참패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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