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종말’(데이빗 싱클레어)에서는 노화를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간주한다. 후천적 유전물질인 시르투인(sirtuin)을 활성화 시키면 노화를 늦추고, 심지어 젊음을 되돌릴 수도 있다고 한다. 절식과 격렬한 운동, 그리고 약간의 추위에 노출됨으로써 시르투인에 스트레스를 가하면 수명을 150살까지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세까지 사는 것이 요즘 사람들의 희망사항이지만 싱클레어 교수도 예측했듯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제도적 개선 없이는 좋기 만한 것은 아닐 것이다.
친정할머니는 서른이 된 내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한달 전에 소천하셨는데 그때 연세가 102살이었으니 내동생 말처럼 조선시대에 태어나셨다. 무남독녀로 병조판서의 둘째 손부로 참 곱게 사셨던 분이다. 절을 예쁘게 잘해서 ‘제비같은 정동댁’이었다는 할머니는, 내 기억 속에서는 백발의 고운 모습으로 온유와 절제의 표본같은 생활을 하셨다. 큰소리 한번 낸 적 없이 조용한 성품이셨지만 생활습관은 한치의 오차도 없으셨다. 우선 식사를 정확하고 규칙적으로 하셨다.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의 식사를 하셨다. 과식과 편식은 절대 없었고, 다만 녹차를 즐기셨다. 둘째는 부지런하셨다. 아무리 연세가 드셨어도 당신의 내의는 눈에 띄지 않게 직접 마름질하셨고, 아침마다 곱게 쪽진 머리를 단장해 깔끔하셨다. 자기관리라는 개념이 없으셨을 테지만 관리를 정말 잘 하신 것이다. 또한 마음이 어지셔서 이웃에게 많이 베풀고, 종교단체에는 통 크게 기부도 하셨다. 기도도 참 신실하게 하셔서, 신앙이 없었던 부모님도 할머니의 기도에는 의지를 하셨던 기억이 난다. 평생 아프신 데도 없었고, “내가 좀 어지럽다”고 자리보전하신 지 사흘만에 별세하셨으니, 시르투인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할머니처럼 살면 장수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다.
다만 문제는 여든 이후 할아버지를 비롯, 1남 3녀의 자녀분이 다 할머니를 앞서서 돌아가신 것이다. 아래로 고모 두 분은 돌아가신 걸 비밀로 했기 때문에 알고 계신 지 물을 수도 없어 그대로 묻힌 사실이 되고 말았다. 21명의 손자가 있지만, 당신의 자녀를 가슴에 묻고도 백세가 넘도록 장수하신 것이 축복이기만 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중 한 명인 나는 할머니를 추억하면 항상 마음이 따뜻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손주리(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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