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실이가 없어졌어” 다급한 내 전화를 받고 아들이 부리나케 달려왔다. 배변도 하고 뛰어놀기도 하라고 잠깐씩 애완견을 뒷뜰에 두는데, 오늘 아침은 줌(ZOOM) 미팅이 있어 그 잠깐이 길었다. 동네를 몇 바퀴 돌고 늘 산책하던 길까지 찾아보았지만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내가 사는 단지는 게이트가 있어서 소극적인 복실이는 절대로 철문 틈새를 통해 밖으로 나갈 리가 없었다. 게다가 영리하여 충분히 집을 찾아올 수 있었다. 다만 혼자 돌아다니다 자동차에라도 치었으면 어쩌나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그런 흔적은 없었다.
아들은 나를 진정시키며 커뮤니티 웹사이트에 글을 올리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이웃과 담을 쌓고 살았다. 무슨 주민 소통 사이트가 있는 것 같긴 한데, 관심을 두지 않아 정보를 몰랐다. 유일하게 인사 나눈 앞집에 도움을 청하자, 뜻밖에도 복실이 소식을 알고 있었다. “그 강아지 야스민이 보았대” “야스민이 누군데?” “your next door” 어이없게도 복실이는 바로 옆집에서 데리고 갔다. 열린 뒷문을 통해 잠깐 밖에 나와 서성이던 복실이를 주인 잃은 강아지로 알고, 경찰에 신고하여 동물보호센터로 보내버렸다. ‘경찰에 전화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물어봐 주지. 왕래는 없었어도 펜스 너머로 강아지 소리를 들었을 텐데’ 사람 마음이 간사하여 복실이 행방을 알게 되자 살짝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 복실이는 핸드폰에 있는 사진으로 우리 강아지임을 증명하고, 예방 접종용 바우처를 산 뒤 데려올 수 있었다. 가슴 철렁한 몇 시간을 보냈지만, 그날로 찾을 수 있었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엄마, 우리집 강아지도 목걸이 해 줘요.” 내 맘 잡아 남의 맘 헤아린다고 내가 악세사리착용을 싫어하니까 강아지도 답답해할 것 같았다. “목걸이가 가벼워서 강아지들은 답답한 것 몰라요.” 세상 모든 일에 ‘만에 하나’가 있어 오늘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는데, 내 생각을 앞세워 상식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이제 엄마가 전화하면 또 무슨 일이 생겼나 겁부터 나요” 내친 김에 아들이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벌써 여러 번 숨넘어가는 전화로 아들을 놀라게 했으니 그럴만하다. 아빠를 잃은 슬픔에 장남으로서의 심적 부담도 큰데, 그동안 헤아려 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빨리 버팀목이 되어 주는엄마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겠다.
<김희원(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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