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효자 역할을 했다고 한다. 나는 드라마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일부러 시간내서 뭐 볼까 하고 검색해서 찾아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의 유명세는 좀 달랐다. 뉴스, 주변 지인들, SNS 등 곳곳에서 그 얘기를 떠들어댔다. 온 세상이 한국의 전통 놀이로 달궈지는 듯했다. 내 취향을 아는 절친은 내가 아마도 그 드라마를 싫어할 거라고, 그러나 시작하면 끝까지 보고 말 거라고 했다. 그래서 결국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틀에 걸쳐 다 보았다. 마지막 장면은 그 다음 장면을 봐야만 직성이 풀리게끔 매 회가 끝났다. 잔혹하고 유혈이 낭자한 부분이 상당히 거슬렸다. 나는 아무리 정의의 사도가 범죄와의 전쟁을 한다고 해도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은 눈과 귀가 하나도 즐겁지가 않다. 그래도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시간이 어떻게 갔나 싶게 훅 빠져서 봤다.
그리고 왜 이렇게 온 세계가 오징어게임에 열광하는지 똑똑히 알게 되었다. 초지일관 그 잔혹함에 치가 떨리기도 했다. 세상이 내 조국의 문화에 관심을 갖고 내 어릴 적 국민학교 운동장에서 하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학교 앞에서 팔던 ‘달고나’, 운동회 때 온 힘 다해 잡아당긴 ‘줄다리기’를 즐긴다는 것이 가슴이 벅차 오르는 일이기도 하다.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쭈뼛쭈뼛하던 한국인으로서 이제는 한국어를 배워서 BTS의 가사를 알아듣고 한국에 대해 더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자부심도 매일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끝난 후 가슴 한 편에 뭔가 불편함이 남았다. 그게 무엇인지는 며칠 전 뉴스를 보고 깨달았다. 요즘 아이들이 딱지치기를 하고 진 아이에게 뺨을 치는 시늉을 하고 총 쏘는 시늉을 한다는 뉴스였다. 고이 간직된 어릴 적 추억이 훼손되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전통 문화와 같은 놀이들이 세계에 널리 소개가 되어 유명해진 그 이면에는 뭔가 다시 되돌려놔야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 보였다. ‘오늘 하루 신나게 잘 놀았다’ 했던 놀이들이 잔혹함으로 뒤범벅이 되어버린 이 사태는, 일이 커진 만큼 더 열심히 원상복귀 해놓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오리지널 버전의 그 놀이들을 정부 차원에서 다시 제대로 홍보하여 잔혹함의 오명을 벗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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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라(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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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동네 어귀에서 친구들과 모여 놀이하던 딱지치기,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오징어 게임은 평생 기억에 남아 있는 아름다운 한국놀이 문화 였습니다 아름다운 한국의 문화가 왜곡될까 심히 염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