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저와 같이 일하는 젊은 이십대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넷플릭스 영화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당연히 젊은 두 청년이 그 영화에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 그 청년들이 자막을 봐야만 하는 외국 영화에 당연히 관심이 없을 거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저와 제 남편이 시작도 안한 ‘오징어 게임’을 그 두 청년 모두, 이미 예전에 아홉개나 되는 에피소드를 다 시청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제서야 이 영화의 흥행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밥먹는 동안에도 저보다 한참 아래인 청년들은 신기한듯 영화에 관련된 질문들을 저에게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너도 마블 구슬치기를 하며 놀았니, 너도 딱지 쳐본 적 있니, 그리고 만들 수 있니” 등등 진심으로 관심있게 저와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습니다. 대화의 바람을 타고 저도 신이 나서 어렸을 적 남동생이 구슬치기로 학교 일등을 한 것과, 엄마 몰래 아빠가 국자로 달고나 만들어 주다가 국자를 다 태워 먹은 이야기, 영화에는 없지만 말뚝박기라는 훨씬 재미난 놀이도 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 청년들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은 이곳의 ‘Red Light Green Light’과 비슷해 보인다며 자신들의 영화 감상평을 내놓았습니다.
미국에서, 그리고 선교여행으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보았지만 이렇게 저의 어린시절 놀이들에 대해 물어봐 주고 관심있게 들어준 것은 제 인생에서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역시 펜에 힘이 있듯이 문화 콘텐츠의 힘은 대단한 듯합니다. 또한 우리만의 문화를 영화 컨텐츠로 만든 한국 영화인들의 실력에 감탄이 나옵니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편이 세대간의 공간과 시간을 연결시켜줬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재미있게 두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온 남편은 즐겨보는 농구 채널 대신 넷플릭스에 들어가 아이들이 잠든 한밤 혼자 열심히 ‘오징어 게임’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도 남편은 이제 남은 두편의 에피소드만 보면 된다고 저에게 아이들을 빨리 재우게 도와 달라고 하였습니다. 로맨스나 액션 마블 영화를 주로 좋아했던 남편도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있는 영화임이 분명합니다.
<김정원 (구세군 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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