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전공했던 나는 한국에서는 여러 음악회를 쉽게 다녔었다. 그런데 미국 온 첫 해에 난 정말 행운아가 된 듯했다. 나는 우연히 어디선가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세계적인 남성 성악가들의 공연인 쓰리 테너 콘서트(Three Tenor Concert) 광고를 보게 되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 Pavarotti), 호세 카레라스(Jose Carreras),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이 세 사람의 음악회였다. 너무나 유명한 세 사람이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터라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음악회였다.
그런데 내가 미국에 온 지 석 달만에 이 귀한 음악회에 가게 되었다. 산호세 지역에 있는 HP 파빌리온 SAP 센터로 실내운동 경기장이기도 한 이곳은 ‘샤크 탱크(Shark Tank)’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이곳의 수용인원은 1만7,000여명이 넘는데, 주로 아이스하키 리그가 열리거나 다른 큰 규모의 행사나 음악회가 열리는 곳이라고 들었었다. 이렇게 큰 장소에서 개최하는 음악회를 관람하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새로운 일이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구글맵을 볼 수가 없었던 때였고, 동서남북이 어디인지도 잘 모를 때이다 보니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아갔다.
근처에 도착했을 즈음 다들 어딘가에 차를 주차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향해 줄지어 걸어가는 모습은 내가 미국 와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본 첫 기억이다. 한국에서 음악회에 가면 신경 써서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내가 갔던 이 음악회에 온 사람들의 옷차림은 정말 다양했다. 아주 편한 바지와 셔츠 차림부터 턱시도와 드레스로 제대로 멋을 내어 잘 차려 입은 사람들까지 참으로 다양했고 이런 모습은 아주 자연스럽게 보였다. 이 또한 한국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이었다.
난 음악회 내내 흥분된 마음으로 무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그렇게 공연을 보았던 기억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귀한 시간이었다. 더구나 이제는 그 중 한 명인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어서 더 이상 쓰리 테너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더욱 값진 기억으로 내게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 공연이 생각날 때면 인터넷으로 찾아보기도 하면서 추억하게 된다.
<이정미(전 빛의나라 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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