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나온 햇밤을 소금물에 하루 정도 담가놓은 다음 찜통에 한 이십분간 센불로 푹 찌고 나니 단단했던 껍데기 사이로 달달하고 부드러운 노란 알밤의 속살이 얼굴을 내밉니다. 꼭 아직도 젖살이 통통히 남아있는 귀여운 저희 막둥이 얼굴 같습니다. 보통 질 좋은 밤을 마트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웬일로 두 번 연속 햇밤다운 밤을 구하게 돼서 아이들과 같이 재미지게 하나하나 까먹고 있습니다. 아직 밤을 까기에는 어린 둘째와 셋째가 입맛만 다시면서 저희 눈을 쳐다보는데 첫째는 찻숟가락으로 제법 능숙하게 알밤을 껍질 사이로 꺼내 먹을 줄을 압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아이들을 위해 저의 두 손과 작은 칼의 힘을 빌려 열심히 밤 껍질을 벗겨 노란 알밤들을 쏙쏙 아이들의 입에 넣어 주었습니다. 날름날름 잘 받아먹는 아이들을 보며 어찌 제 마음이 그리 행복한지 엔돌핀이 사정없이 품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문득 한국에 계신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아 우리 엄마도 내 입에 알밤 하나를 넣어줄 때 이렇게 힘들게 껍질을 까야 했겠구나, 그리고 행복해 하셨겠구나.’ 그리고 세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로서 책임감과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준비도 생각하게 됩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위해 과연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특별히 어린아이 백신 접종 권고와도 같은 문제들은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이 백신 접종이 과연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일까. 이미 저희 첫째 아이의 학교 반 아이들은 절반 이상이 백신을 맞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반마다 그래프를 그려 놓고 접종 받은 아이들의 이름이 그곳에 올려져서 반 아이들은 누가 접종을 했는지 알게 됩니다. 그 그래프의 이름은 “Kindness” 입니다. 아직 큰아이는 지금 학교에서 백신 미접종자로 불편을 느끼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친구들의 시선과 차별을 경험하게 되겠지요. 접종 시행이 일찍 내려진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백신 미접종에 대한 차별로 아이들이 어려움을 당한다고 합니다. 내 아이가 귀중하듯이 다른 아이도 귀중함을 알기에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오늘도 아이들에게 줄 밤 껍질을 벗기며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해 봅니다.
<김정원 (구세군 사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