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모도 몰랐다”…법무부 명단 제출 뒤 문대통령-법무장관 극비 상의 가능성
▶ 정치중립 논란, 與 부담 등 의식한 듯…정권 끝나기 전 ‘매듭’
與 내부서 온정적 기류도…”당청, 어떻게든 의견 나눴을 것” 시각도
"참모들도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는지 몰랐다. 제가 알기로는 이 문제에 대해 참모들 사이의 토론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한국시간 기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내 들자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이처럼 언급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 본인은 물론 청와대도 사면 가능성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이처럼 급작스럽게 기류가 달라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으로는 20∼21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에서만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사면은 검토되지 않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에게도 박 전 대통령이 제외된 명단이 올라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법무부의 명단을 두고 21∼23일 고심을 거듭한 결과, 결국은 사면을 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는 게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이 참모들과도 상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고독한 결정'을 내렸다는 것으로, 이 경우 문 대통령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이에서만 이같은 기류가 공유됐을 수 있다.
특히 청와대 측은 이번 결정 과정에서 여당과의 상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언급, 문 대통령이 사실상 여당을 '패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이재명 후보나 송영길 대표와 논의했느냐는 물음에도 "지난 4월 정무라인 개편 이후 청와대 참모들과 여당 의원들이 만나면 사면에 대한 생각에 대해 대화를 나누긴 했다"면서도 "이번 결정과 관련해 여당이나 특정 정치인과 협의한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이 후보와 송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도 모두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선 정국을 뒤흔들 대형 이슈이기 때문에 여권 수뇌부간 긴밀한 협의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도 있었지만 나오지만, 이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아침에 오다가 기사 제목 리스트만 봤다"며 이 결정을 언론 보도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도 이철희 정무수석 등과 사전에 사면 문제를 논의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 공식 부인했다.
당청 간에 이날 사면 결정에 대한 사전 논의가 없었던 배경에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갖는 정치적 파급력에 대한 고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국민 여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경우 그 정치적 책임도 같이 져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당청간 논의 자체가 대선을 앞둔 청와대의 정치개입이란 비판을 야권으로부터 받을 소지가 있는 점도 감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 후보의 사면에 대한 입장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는 사면이 대통령의 권한이라는 입장을 전제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두 전직 대통령이 잘못했다는 얘기도 안 한 상태에서 왜 사면하느냐"는 입장을 지난 2일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이나 여당의 의견을 듣지 않고서 이런 결정을 내렸겠느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정치개입 논란을 경계해 공식적으로는 '논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뿐, 실제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철희 정무수석의 경우 수시로 여권 인사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사면 얘기를 논의하지 않았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소 온정적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 반대도 크게 높지 않은데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사면 문제가 일부라도 정리되지 않으면 새 대통령의 부담이 된다는 이유에서 현 정권이 끝나기 전에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는 박 전 대통령 사면 시 일부 지지자들이 반대할 수 있으나 대선 전체 구도로 보면 중도 흡수 등의 측면에서 나쁜 것은 아니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여당의 이같은 기류도 은연 중에 반영된 결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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