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팬데믹 ‘후폭풍’ 타운 렌트비 폭등사태
▶ 회사원·유학생들에 인기, 임대료 부추겨…기존 타운 거주자들 외곽으로 밀리기도

한인타운 렌트가 치솟고 있어 젊은이와 주재원, 유학생들이 상당한 거주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박상혁 기자]
파견 근무로 LA에 온지 1년이 지난 한국 직장인 김모씨는 그동안 정들었던 한인타운을 떠나게 됐다. 앞으로 한 해 더 미국 근무를 해야 하지만 1년 만에 타운 렌트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치솟아 이사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살았던 아파트의 리징 오피스는 매달 약 1,000달러가 오른 렌트 계약을 새로 제시했다. 김씨는 1년 전 장기 계약을 하지 않은 스스로를 책망할 수밖에 없었다.
한인타운 렌트비가 원룸 스튜디오 기준 3,000달러 시대를 맞이했다. 타운 중심지인 월셔가 인근을 살펴보면 대로 근처에 있는 아파트 중에서는 가장 작은 방이라 하더라도 한 달 렌트 가격이 2,500달러 이하인 곳을 찾기가 힘들다. 월셔 블러바드와 호바트 코너에 차리한 ‘아바나’ 아파트의 경우 최근 개인용 화장실이 있는 원룸 스튜디오가 약 2,600달러의 월세로 새 계약이 체결됐다. 고급 아파트의 경우 파킹과 인터넷 등으로 매달 약 200~300불의 비용을 더 내야한 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 렌트로만 월 3,000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드는 것이다. 조금 욕심을 더 내서 스튜디오가 아니라 거실이 따로 있는 원배드룸을 찾으면 합산 가격은 3,500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비싼 가격을 줘도 크기가 700스퀘어피트가 안되기 때문에 방이 넓은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비싼 가격은 월셔가 인근 대다수 아파트가 마찬가지다.
문제는 한인타운의 렌트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했다는 점이다. 아바나와 함께 윌셔가 부근의 고급 아파트인 ‘더펄’의 경우 1년 전 1,700달러 수준에서 원룸 스튜디오 렌트 거래가 이뤄졌다. 그런데 현재 해당 매물의 가격은 2,700달러로 한 해 만에 1,000달러가 올랐다. 결과적으로 1년 단위 렌트 거래를 체결했던 김씨와 같은 사람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가격을 주거나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해 한인타운 바깥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씨는 “업무 특성상 타운의 한인 분들을 자주 만나야 하는 데 이사를 하게 돼 일이 힘들어졌다”며 “매달 3,000달러를 렌트로만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게 놀라울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렌트 가격 급등은 한인타운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인력난과 공급난 탓에 신규 주택 건설이 어려워지자 주택 가격은 올해 9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 19.5%나 급등했다. 공급 부족에 가격이 치솟아 집을 사기가 힘들어지자 렌트 수요가 커졌고 결과적으로 크기와 상관 없이 원룸 월세 가격까지 올라간 것이다.
실제 온라인 아파트 임대 플랫폼 점퍼(ZUMPER)에 따르면 LA 아파트의 원룸 스튜디오 렌트 중위 가격은 올해 중순 2,050달러를 기록했다. LA보다 비싼 뉴욕의 경우 해당 가격이 무려 2,810달러에 달했다. 한인타운에서 3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한 캐롤 킴씨는 “올라간 집값이 렌트 상승을 부채질했다”며 “내년에도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인타운의 경우 다른 곳보다 유독 원룸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지역적 특성 탓이 크다. 한국에서 LA로 생활 터전을 옮기는 사람들이 한인타운을 선호하는 현상은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회사원이나 유학생들 중에서는 처음 거주하는 지역으로 타운을 선택하는 일이 많다. 특히 회사원들은 오피스가 타운에 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한인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다른 지역에 사는 게 쉽지가 않다. 결과적으로 렌트 가격 급등에 다수 주재원들과 유학생들은 타운은 물론이고 LA 외곽으로까지 벗어나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주재원들과 유학생이 아닌 한인타운을 평생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한인들이다. 주재원들은 수년 근무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집이 없는 한인들은 계속 비싼 렌트를 감당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폭등한 타운 렌트비가 향후 하락세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기관 USC러스크부동산센터는 내년 타운 렌트비가 1.2%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USC센터는 한인타운 약세 이유로 가계 중간소득이 연간 5만9,610달러로 낮은 편이고 LA 지역 중에서 건물 노후가 가장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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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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