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신얄타체제 안된다” 반발…10일 장관회담 배제에 러·나토회담 참여 막혀
▶ 보렐 “얄타시대냐” 격앙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에 불편한 심기를 동시에 내비쳤다. 지난해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통화한 데 이어 오는 10일 양국 외무·국방부 대표단이 회담을 하면서도 정작 사건의 직접 당사자 격인 유럽을 배제하자 발끈한 것이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담당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더 이상 얄타 시대에 있지 않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무대에서 미국과 러시아뿐 아니라 EU도 중요한 역할이 맡겨진 위치”라고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미국·영국 등 강대국에 의해 유럽이 분단됐던 얄타회담에 현 상황을 빗대며 유럽의 발언권을 강조한 셈이다.
앞서 EU는 13일로 예정된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0·나토) 간 회담에도 참석 의사를 밝혔으나 묵살됐다.
러시아가 협상 파트너로 EU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에 옛 소련 국가들의 서유럽 군사동맹 가입을 금지하고 동유럽 내 미군 주둔 지역을 제한하는 안보 공약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보렐 위원장은 “미국·나토와의 회담은 하루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유럽 지역의 안보를 이야기할 의사가 있다면 좋든 싫든 우리와도 대화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보렐 위원장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루간스크 지역을 방문하고 있다. EU 외교관이 동유럽 분쟁 지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유럽이 배제되는 상황은 EU 회원국 간 분열과 무관치 않다. 현재 EU 27개 회원국 중 21개국이 나토 회원국이다. 특히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나토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나토에 덜 의존적인 프랑스 등 서유럽 일부 국가는 나토의 영향력을 줄이고 유럽의 독자적인 국방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EU와 나토의 공동 선언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 1월부터 프랑스가 6개월간 EU 의장국을 맡게 돼 더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EU와 나토의 협력을 2차 문제로 보고 있다. 유럽 자체의 국방 정책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당장 전쟁 위협을 받는 동유럽 국가는 느긋한 입장이 아니다. EU의 단결력 부족이 국제 무대에서의 패싱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편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의 긴장 완화 조치를 촉구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과 국무부에서 공동 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상황에서는 협상이 진전되기가 매우 어렵다”며 “유사시 미국과 유럽이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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