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나들이 길에 가족 손잡고 속속 한 표 행사
"아주 간단하지만 아주 중요한 거야."
9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3시께 서울 양천구 신월6동 투표소에서 주부 김신현(33)씨는 손을 꼭 잡은 5살 아들에게 투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들과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투표소를 찾았다는 김씨는 "(2017년) 탄핵 이후 선거도 중요했지만 지금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들이 누굴 뽑았냐고 물어보는데 '나가서 귓속말로 말해줄게'라고 둘러댔다"며 웃었다.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를 이끌 대통령을 뽑는 제20대 대선일인 이날 서울 곳곳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던지기 위해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줄이 수십 명씩 길게 늘어섰던 오전보다는 다소 한산했지만, 나들이에 나서는 길에 투표소를 찾은 가족 단위나 연인끼리 온 시민들이 많았다.
어머니와 팔짱을 낀 딸, 부모와 두 자녀가 함께 온 4인 가족과 손을 꼭 잡고 투표소에서 나오는 연인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서대문구 남가좌2동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안모(40)씨도 양손에 어린 두 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안씨는 "딸 둘을 둔 입장에서 미래 세대가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바란다"면서 "조삼모사식 보편적 복지보다는 지원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선택적 복지를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목발과 휠체어 등의 도움을 받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오후 4시께 신월6동 투표소를 찾은 정명기(68)씨도 한 발에는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정씨는 투표하는 이유를 묻자 "내가 해야 할 일이잖아요. 내가 좋은 일인데"라고 했다. 이어 "요즘엔 다들 밥 먹고 살 만 하잖아요. 그저 정직하고 깨끗한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이 약 15도까지 오르는 때 이른 봄 날씨를 보이면서 오후 들어 투표소를 찾는 발걸음도 많아졌다. 오후 5시까지 전국 투표율은 73.6%로 잠정 집계됐는데, 19대 대선 동시간대 투표율(70.1%)보다 2.5%포인트 높다. 서울은 74.0%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지난 대선(77.2%)보다 약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후 5시께부터는 각 투표소 사무원들이 하나둘 흰색 방호복과 페이스쉴드를 꺼내 착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는 시간인 오후 6시∼오후 7시 30분을 앞두고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투표소 관계자들은 지난 5일 빚어진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관리 부실 사태를 의식한 듯 굳은 얼굴로 분주히 준비에 나섰다. 마포구의 한 투표소 관계자는 "확진자와 비확진자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는 데 집중한다"라며 "행여나 오해가 생기지 않게 더욱 조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 곳곳 투표소에서 소란이 일어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잇따랐다.
오전 10시 20분께 광진구 화양동 투표소에서는 한 80대 남성이 신분 확인 과정에서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 제시를 요구한 투표소 관계자에게 "왜 주민등록번호를 공개하냐"라며 소리를 질렀다. 출동한 경찰은 남성이 투표를 마치고 귀가하도록 상황을 정리했다.
오전 11시 30분께 종로구 사직동 투표소에서는 '국민의힘 공명선거추진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남성 당원 2명이 "부정선거가 벌어지지 않도록 감시하겠다"며 투표소 입장 인원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계수기로 측정하다가 경찰에 신고당했다. 경찰은 당원들에게 개인정보를 촬영하지 않도록 주의를 준 뒤 철수했다.
오후 4시 3분께에는 광진구 군자동 세종대 기숙사에 차려진 투표소에서 50대 남성이 '코로나 감염이 우려된다'며 큰소리로 항의해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5분 만에 상황을 정리하고 남성을 귀가시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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