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자동차가 없던 시절, 한 장님이 가까운 마을에 다음날 아침에 있을 어른의 환갑에 가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 채비를 하고 있는 장님에게 가까이 사는 친한 친구 한 사람이 찾아왔다. 그는 잘 다녀오라고 말한 후에 호롱불 하나를 장님에게 건네주었다.
“아니 자네는 내가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라서 지팡이 하나면 충분한 걸 알면서, 나를 놀리는 것인가?”
그랬더니 친구는 “이 호롱불은 자네를 위한 것이 아니고 어둠 속에서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이 자네를 보지 못하여 부딪치면 혹시 자네가 다칠까 걱정이 되어 주는 것이라네.”
그제야 장님은 친구의 깊은 배려에 감사하며 호롱불을 들고 어두운 밤길을 떠났다. 한참을 가다가 장님은 다른 쪽에서 오고 있던 한 남자와 부딪쳤다. “아니 여보세요. 당신은 내가 들고 있는 이 호롱불을 보지 못했소.” 하면서 들고 있던 호롱불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장님이 화가 난 듯 소리를 지르니 남자는 잠시 기다렸다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이구, 아저씨 눈이 안보이시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호롱불이 꺼진 것을 모르고 계셨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하면서 불을 다시 붙여 주고 가던 길을 떠났다.
우리는 살아가며 매사를 너무 확신하면 가끔 실수가 따라온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산다. 이 경우 상대편에서 오고 있던 사람 역시 선량하여 꺼진 호롱불에 불까지 켜서 주고 가는 인정에 또 감사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염력이 강한 델타변이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변이가 인간을 겁먹게 한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가는 돌파 감염에 사람들은 몸서리쳤다. 지금 우리는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향해 더듬거리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으며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생명선을 잡고 어둠 속을 겨우 헤쳐가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 조금씩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나가는 우리에게 백신을 맞는다는 것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의 모든 사람에게 호롱불을 켜고 함께 불을 밝혀 주는 것이다.
<이혜란 실버스프링,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