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봉쇄로 외출 못해
▶ 배급품 수령 주머니로 명품 쇼핑백 내걸어
이 집에는 에르메스, 저 집은 샤넬, 그 앞 집엔 루이비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격리된 상하이에서 주민들이 자신의 집 현관 문고리에 각종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쇼핑백을 하나둘 내걸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패션에 민감한 상하이의 일부 부유층들이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며 봉쇄 속에서도 명품 자랑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하이의 모습을 소개했다. 상하이 주민들은 지난달 28일 봉쇄 조치에 따라 외출하지 못하고 집에서 격리 중이다. 격리된 주민들은 시 당국이 제공하는 마스크와 위생 용품, 각종 식자재들을 받을 주머니를 자신의 현관문에 걸어둬야 하는데, 굳이 명품 쇼핑백을 걸어 놓은 모습이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진 속에서 상하이 주민들은 실제 ‘구찌’나 ‘불가리’ 같은 유명 패션 브랜드 쇼핑백을 현관문에 걸어 뒀다. 중국 유명 주류 브랜드인 ‘마오타이’ 쇼핑백도 있으며, 심지어는 명품 가방 자체를 현관문에 걸어 두고 상하이시 당국이 제공하는 채소와 마스크를 기다리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600만 명에 달하는 상하이인들이 고통 받고 있는 와중에 “꼭 이렇게까지 돈 자랑을 해야겠느냐”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서 상하이가 중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소비 수준이 높은 점을 지적하며 “봉쇄됐지만 여전히 여유가 넘친다. 사회주의를 거스르는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뼛속까지 오만한 상하이”, “상하이인들의 핵산 패션쇼”라는 조롱도 뒤를 이었다.
이에 반해 “허영이 아닌 풍자”로 봐야 한다는 전혀 다른 해석도 나온다. 봉쇄가 길어지면서 상하이 상당수 주민들은 식량난을 호소하고 있다. 격리 조치로 마트에 갈 수 없을 뿐더러 시 당국이 제공하는 채소와 고기 등 신선 식품은 현관문 앞에 배달되기 전에 이미 상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식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배추 한 포기가 명품보다 낫다”는 불만 섞인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보자면, 일부 상하이 주민들이 내건 명품 쇼핑백은 단순한 과시가 아니라, 중국 중앙 정부를 향한 ‘정치적 시위’로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칼베스라는 닉네임의 한 네티즌은 “명품 쇼핑백을 내걸면 사치이고, 비참하고 가난한 것만이 사회주의인가?”라며 “농담은 농담으로 평가해주자”고 반박,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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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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