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쏙 뼈가 쑤신다는 기별을 받고 고향에 갔다 검버섯 덕지덕지 핀 스레트 낡은 집이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아끼던 옷 주섬주섬 걸치고 병원 가면서도 에미 잘 있고 선이와 철이도 잘 있냐며 어머닌 가족이란 끈을 놓지 않는다
골밀도 검사를 위해 분홍 가운으로 갈아입은 어머니 “빛깔이 참 곱다 이게 공단이냐 다우다냐” 시집 갈 색시처럼 만져보고 비벼본다
그때 젊은 날의 푸른 물살이 주름 속으로 잠깐 흘렀을까
한때 꽃자리였던 엉덩이 테이블에 얹고, 허리 펴지 못한 채 뫼 산(山) 자로 눕자, 이미 이승과 저승이 한 몸으로 섞인 차디찬 생, 그 슬픔이 기계에 읽힌다
바람 든 고목 한 그루
팔 남매 키운 풍성했던 젖가슴이 툇마루에 말라붙은 살구 꽃잎같이 쪼글쪼글하다
‘살구나무’ 유대준
늙은 어머니 품고 사는 낡은 집 마당귀에 살구나무 고목 한 그루 서 있구나. 늙은 살구나무라고 늙은 꽃을 피울까. 시치미 뗀 열아홉 빛깔에 올봄도 벌 나비 떼 한 열흘 꿀 따며 눈멀다 갔겠구나. 꽃잎 떨어진 자리마다 복선 선명한 열매가 굵겠구나. 저런, 저런! 다산의 늙은 나무 올려다보며 골다공 어머니와 검버섯 낡은 집이 눈짓하며 웃었으리. 아픔도 잊고 걱정도 놓고 병원 가운 빛깔에도 감탄하니 마음의 골밀도는 꽉 찼구나. 이승과 저승이 한 몸에 섞이니 경계마다 물별 같은 슬픔도 눈부셔라. 나무타령을 불러 볼까나. 갓난아기 자작나무, 열아홉에 스무나무, 따끔따끔 가시나무, 너하고 나하고 살구나무! 반칠환 [시인]
<유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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