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왔는지 모르면서도 나는 왔고
내가 누구인지 모르면서도 나는 있고
어느 때인지 모르면서도 나는 죽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도 나는 간다
사랑할 줄 모르면서도 사랑하기 위하여
강물을 따라갈 줄 모르면서도 강물을 따라간다
산을 바라볼 줄 모르면서도 산을 바라본다
모든 것을 버리면 모든 것을 얻는다지만
모든 것을 버리지도 얻지도 못한다
산사의 나뭇가지에 앉은 새 한 마리
내가 불쌍한지 나를 바라본다
무심히 하루가 일생처럼 흐른다
‘무심(無心)에 대하여’ 정호승
산사의 새가 설마 시인을 불쌍히 여기겠는가? 풍경소리 몇 번 들었다고 제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어디로 날아갈지 알겠는가? 우리 모두 어디서 왔는지 몰라서 신화에 귀 기울이고, 내가 누구인지 몰라서 네 멱살을 흔들지 않았는가? 사랑할 줄 몰라서 가슴은 언제나 두근거리고, 어느 때 죽는지 몰라서 죽기 전까지 꿈꾸지 않는가? 모든 걸 버려서 모든 걸 얻는 거야 가장 나중에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은가? 새가 천하를 두고도 좁쌀 하나 취하는 걸 누가 옹졸하다 하겠는가? 어제를 모르고 내일을 몰라서 무심한 오늘이 선물이지 않은가? [시인 반칠환]
<정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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