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금방 갈게’(I’ll Be Right There) ★★★★ (5개 만점)
▶ 복잡한 가족 관계와 인간 관계 속
▶자기의 삶과 함께 자아발견 추구
▶평범한 우리의 삶을 사뿐히 그려
완다(맨 오른쪽)가 어머니와 딸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60대의 양성애자로 맥주집 경리사원인 완다(이디 팔코)는 오늘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자기 일 때문이라기보다 가족의 일 돌보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골초에 도박광인 80대 노모 그레이스(진 벌린)는 자기가 폐암에 걸려 죽을 거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만삭의 딸 새라(케일리 카터)는 약혼자 유진(잭 멀헌)과 아기 낳기 전에 교회에서 정식으로 결혼해야 한다고 졸라대고 전 남편 헨리(브래들리 윗포드)는 부담하기로 했던 딸의 결혼비용 절반을 못 대겠다고 해 완다의 속을 썩이고 약물 중독자인 아들 마크(찰리 태한)는 그의 상담의사도 포기한 상태여서 치료소에 입원하든지 아니면 군에 입대하든지 양자택일 해야 할 처지다. 완다의 모친 그레이스를 비롯해 딸과 아들이 툭하면 완다를 불러대는 바람에 완다는 “그래 금방 갈게”라며 차를 몬다.
그리고 완다의 로맨스 정황도 구름이 잔뜩 끼었다. 자기에게 구애하는 마샬(마이클 래파포트)은 별로 마음에 안 차고 섹스만 요구하는 대학교수인 여친 소피(세피데 모아피)와의 관계에도 이젠 신물이 났다.
이런 복잡한 가족 관계와 인간 관계를 헤치고 다니면서 자기의 삶과 함께 자아발견을 추구하는 한 보통 여자의 일상을 가슴에 와 닿게 유머와 위트를 섞어 사실적으로 그린 아담하고 가슴에 와닿는 진실한 드라마다.
50년간 태운 담배를 갑자기 끊으면 급사하는 수가 있다며 끽연을 하고 인근 도박장에서 4,000달러를 잃고 날 데리러 오라고 전화하는 모친과 태아가 열흘간 움직이지 않아 사산하는 것 아이냐면서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요구하는 딸 그리고 마침내 군에 가기로 결정한 아들을 일일이 차로 운반해주면서 이들의 문제를 자기 것처럼 처리하느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단하기 짝이 없는 완다를 보자니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그러나 동정심과 연민의 마음을 지닌 착하고 친절한 뫈다는 이렇게 복잡다단한 나날을 살면서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코 그런 삶에 굴하지 않는 강하고 유연성을 지닌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완다는 우리 주위에 있는 보통 여자의 한 사람이다. 이런 완다가 우연히 학교 동창생인 알버트(마이크 비치)를 만나면서 서로 마음이 맞아 고단한 완다의 가슴이 훈훈해진다.
따스하고 부드럽고 솔직하고 사실적이며 매력적인 소품으로 보통 사람 완다의 삶은 역시 보통 사람들인 우리의 삶인데 삶이란 다 그런 것이지 하는 얘기를 무겁지 않고 사뿐하니 그렸다. 단역을 비롯해 출연진의 연기가 아주 좋은데 특히 베테란 스타인 이디 팔코의 자연스럽고 솔직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아량 있고 넓은 연기가 출중하다. 브렌단 월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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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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