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녕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 ‘가벼운 증상’ 오해 탓에 치료 소외 우려
▶ “치매 예방 위해 적극적 의료 개입 필요”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에서 만난 이찬녕 신경과 교수가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제공]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 65세 이상 인구 약 3, 4명 중 1명은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다. 그 규모가 올해 기준 298만 명에 달한다. 일반 노인은 매년 1~2%가 치매 진단을 받는데, 1년 동안 새롭게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노인은 그 비율이 10~15%에 이른다. 이들은 치매 고위험군이다.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에서 만난 이찬녕 신경과 교수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의료 개입이 필요한 시기지만, 증상이 약하다는 이유로 경증 질환으로 분류돼 의료 정책과 병원 치료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건가요.
“인지능력이 떨어져 있지만 일상생활을 할 정도의 상태를 말합니다. 본인이 자주 잊어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수첩 등에 일정, 약속 등을 적어 놓고 그걸 보면서 생활하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다가 증상이 점차 심해지고 아예 일상생활을 혼자서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치매입니다.”
-경도인지장애임을 알 수 있는 증상이라면 무엇이 있습니까.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력 저하예요. 특이한 건 오래된 기억은 머릿속에서 잘 떠오른다는 점이에요. 환자에게 물어보면 한국전쟁 때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고, 과거 본인의 이웃이 누구였고 그런 이야기는 굉장히 잘 해요. 그렇다보니 ‘기억력이 좋다’고 오인할 여지가 있지만 불과 오늘,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선 제대로 기억을 잘 못합니다.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 방금 나누던 대화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깜빡할 때가 많아요.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시간에 대한 개념이 흐릿해진다는 겁니다. 지금이 몇 월이냐고 물어보면 반팔을 입고 있는데도 12월이라고 답하는 분도 있어요. 최근 기억력에 대한 장애와 시간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을 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하며 얼렁뚱땅 넘기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증세가 있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건망증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건망증은 머릿속 어딘가에 기억돼 있는데, 그걸 못 찾아내는 경우예요. 그래서 기억을 끄집어낼 힌트가 주어지면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아, 맞아. 이때 약속이 있었지’라고 기억을 떠올리면 건망증이고, ‘내가 언제 약속을 했지?’라고 반문하게 되면 치매나 경도인지장애일 수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의 80%는 10년 안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겪게 된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역시 심각한 기억력 손실이 대표 증상이다. 노화와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면서 발병한다. 그다음으로 많은 것이 혈관성 치매로,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에 의해 발생한다. 보행장애나 마비증세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치매로 이어지기 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대부분이 경도인지장애를 거쳐서 치매를 앓게 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 치매로 전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경도인지장애 때부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뇌가 이미 많이 손상돼 버리면 손쓸 방법이 없으니, 사실상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시기가 가장 효과적인 의료 개입 시점이 되는 거예요.”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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