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몰아붙이는 금감원
▶ 투자액·대상 등 관련 자료 요구
▶ 보험사, 규제 강화에 킥스비율↓
▶ 건전성 악화로 투자 섣불리 못해
금융감독원이 국내 보험사에 사회간접자본(SOC)과 벤처캐피털(VC) 투자 현황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사전 정비 작업이다. 업계에서는 SOC에 대한 장기 투자와 첨단산업 지원이 보험사의 필요와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자본 규제의 고삐는 바짝 조이면서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2일 주요 보험사에 ‘2025년 6월 말 기준 SOC 및 VC 투자 현황’을 파악해 이날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체투자 자산 중에서도 SOC와 벤처캐피털에 한해 투자금액 및 대상을 적도록 했다”며 “생산적 금융에 참여하라는 정부의 압박이 보험 업계에도 시작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지난달 1일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난 자리에서 “첨단산업과 SOC 등 생산적 금융에 대한 자금 공급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연계 투자를 확대해달라”며 공개적으로 생산적 금융 관련 투자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투자나 지원을 위한 체력이 부족하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 감독 당국이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도입하면서 △실손보험 예상손해율 △무저해지보험 계리적 가정 △도달연령별 손해율 가이드라인 등이 순차적으로 도입되면서 보험부채가 급증하고 자본 비율이 급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올 3월 말 현재 197.9%(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6월 말에는 206.8%를 기록해 200% 선을 회복했지만 보험사들의 고위험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돼 있는 데다가 킥스의 경우 위험이 큰 자산일수록 더 많은 자본을 쌓도록 설계돼 있어 자본 비율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킥스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기본자본 킥스가 당국의 예고대로 하반기에 도입될 경우 상당 수 보험사들이 생산적 금융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자본 킥스의 예상 수준인 50%를 넘지 못하는 보험사만 6월 말 기준 6곳에 달한다.
기본자본 킥스는 보험사의 자본 구성 요소 중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손실 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만으로 킥스를 산출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차입금 성격이 강한 보완 자본은 자본에서 제외된다.
전문가들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 자본 규제를 완화하면서 하반기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기본자본 킥스의 전면 유예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와 저금리 등으로 보험업의 성장성이 꺾인 상황에서 기업투자와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보험사의 순이익은 7조9,7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나 급감했다.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해 상반기 1.53%에서 올해는 1.24%로 낮아졌다.
자본 규제가 강해지다 보니 중소기업 대출은 이미 줄고 있는데 6월 말 현재 보험사의 중기 대출 잔액은 85조6,000억 원으로 1년 새 2조9,000억 원가량 쪼그라들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대출과 인프라 투자 등은 위험계수가 높아 같은 돈을 투자해도 안전자산보다 더 많은 자본을 추가로 묶어둬야 하는 상황”이라며 “보험사가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려고 해도 규제상 요구 자본이 함께 증가하는 구조라 부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말 은행장들과의 만남에서 “앞으로도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자본 규제 합리화는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보험 업계에도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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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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