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이 생살에 소금을 치고 가는 거라면 내게 없는 두 페이지를 보았다 침을 묻혀 넘겨도 끈끈하게 같이 붙어 넘어갈 두 페이지가 옛날에는 그토록 파닥거렸을 심장을 딱 떼어…
[2007-10-25]적막 엉금엉금 등성이 타고 내려 외딴집 뒷방 들창 간신히 두드린다 여보게 허무 있는가 이러면서 두드린다 아무런 기척없어 머뭇머뭇하는 적막 허허 자네까지 …
[2007-10-23]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다 돌부리에 걸려 개천에 처박힌 적이 있었다 하늘엔 제비가 높이높이 날고, 핸들이 꺾인 자전거가 코뿔소처럼 머리를 들이박고 있었다 바람을 너…
[2007-10-18]일반 쓰레기 옆 버려진 샌드백 하나가 기립박수 같은 가을볕을 쬐고 있다 얻어맞는 것이 그의 순정 맷집 좋아 사춘기 마음의 열꽃을 다 받아 주었겠다 챔피언 하나 키워…
[2007-10-16]장작을 넣듯 오동나무 관이 아궁이 속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열 수 없도록 문고리에 놋숟가락을 꽂고 지금 조석점여사는 화장 중 젊어 이별한 남편을 만나기 위해 …
[2007-10-11]내 마음의 상부구조에는 늘 가부좌를 틀고 앉은 야윈 아버지가 숨쉬고 있다 유달산으로 난 쪽문을 열어둔 채 낡은 시첩, 화선지와 묵 냄새 풍기는 흑백의 풍경이 숨어 있다 …
[2007-10-09]먼 바다를 보러 산엘 올랐는데 산 아래 낮은 몸들이 어두워지는 저녁을 맞고 있었다 길고 낮게 뱃고동이 울었다 뱃고동의 울음을 따라 커다란 배 한 척이 쭈글쭈글 터진 …
[2007-10-04]한인타운 한국마트에서 사온 순대를 먹는다 밀려드는 허기는 추억이다 타원형으로 나란히 썰려진 세월들이 씹히며 눈물을 만들고 나는 잠시 먹먹하다 내 기억의 양념들 적당히…
[2007-10-02]여덟 살 배기 둘째 놈이 학교 앞에서 500원짜리 병아리를 사들고 왔다. 엄마랑 형이랑 모두 금방 죽을 걸 왜 사왔니 야단쳤지만 그놈은 이내 자기가 살려서 닭으로 만들 거라며, …
[2007-09-27]수레바퀴가 굴러도 소란하다 하물며 오래 닳은 마차길이 그렇듯 울퉁불퉁 파이고 군데군데 구멍도 뚫렸을 공전궤도(公轉軌道) 위를 지구가 덩이째로 구를 때 오직이나 소리가 …
[2007-09-25]경기도박물관입구에서 터치스크린을 누르는 순간, 미라가 된 시간들이 일제히 깨어나 걸어오고 있다 동굴 속 통로를 따라 붓 솔 같은 눈썹을 끔벅거리며 조심스럽게 벽화속의 먼지를…
[2007-09-20]광화문 성공회 앞뜰 모과나무 아래 놓여 있는 돌의자 발목 다친 비둘기가 앉았다 간다 술 취한 노숙자도 낮잠 자다 간다 신문지 몇 장 남겨두고 간다 이따금 모과나무 가…
[2007-09-18]변죽을 아시는지요 그릇 따위의 가장자리, 사람으로 치면 저 변방의 농군이나 서생들 변죽 울리지 말라고 걸핏하면 무시하던 그 변죽을 이제 울려야겠군요 변죽 있으므로 복판도…
[2007-09-13]살아서 새가 된 한 여자가 있다 새의 말을 하고 새처럼 먹는다 툭하면 부리를 세워 나의 가슴을 콕콕 쪼기도 한다 나는 사람의 혀로 그녀를 찌르고, 그런 날이면 내 가슴엔…
[2007-09-11]겨우내 물오리 한 마리 잡지 못했다 분풀이로 두텁게 얼은 겨울강 내리쳤던 돌멩이도 두고 왔다 매화꽃 필 무렵 풀린 강물에 그 돌멩이 깊이 가라앉았다 면면하게 흘러가는 강…
[2007-09-06]칼을 버리러 강가에 간다 어제는 칼을 갈기 위해 강가로 갔으나 오늘은 칼을 버리기 위해 강가로 간다 강물은 아직 깊고 푸르다 여기저기 상처 난 알몸을 드러낸 채 홍수에 …
[2007-08-30]시계점 대머리 남자는 시계들에 둘러싸여 있다. 우글거리는 톱니들, 떨고 있는 초침들, 흔히 시간은 거머리나 흡혈귀로 비유된다. 천천히 통증 없게 피를 빨고 혈관을 말려서 북어처럼…
[2007-08-28]플라스틱 관 속에 누워 있는 그녀는 유혹적이다 그녀의 사체는 집요한 욕정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날마다 그녀를 강간한다 죽은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들이 살아 있는 나…
[2007-08-23]돌이켜보면 옷장 안에서 생이 시작되고 끝나는 것은 아닌가. 옷장의 계단 안쪽을 지나 깊숙이 조산원이 있고 출구에는 장의사도 있다. 육체 없는 허깨비들이 플래카드처럼 …
[2007-08-21]아프리카 한 호수에 사는 물고기 중엔 일견 서로 다른 종류인 듯, 어미의 몸집이 아비에 비해 너무도 왜소한 것들이 있다 호수에 버려진 빈 달팽이 껍질 속에 알을 낳고 새끼…
[2007-08-16]‘2025 뉴욕주 예비선거’가 24일 뉴욕시를 비롯한 주 전역의 각 투표소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예…
제리 코널리 의원의 유고로 치러지게 된 연방하원 11지구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는 28일(토) 민주당 예비선거가 실시된다. 투표용지에 총 10명…
서류미비 이민자 학생들이 주립대학에서 거주자 학비 혜택(in state tuition)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에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