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전쟁 50주년을 맞아 기자는 뉴욕의 한인 1.5세·2세를 대상으로 한국전쟁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바 있다(2000년 6월 25일자 A1 보도). 당시 응답자 100명중 68%는 한국전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대답했고 32%만이 정확한 이해를 하고 있었다. 일부는 6.25 전쟁과 일제침략을 혼돈하거나 이순신 장군까지 연결시키는 웃지 못할 대답을 하기도 했다.
미국 대학 내 한인학생회나 각종 한인클럽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눠진다. 한 부류는 ‘골수한국인’이고 또 하나는 속 사람은 백인이되 겉모습만 한국인인 ‘바나나 한국학생’. 학교 풍물패에서 제일 열심히 땀 흘리는 학생들은 바로 ‘바나나’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학오기 전 죽기보다 싫었던 것이 한국학교 가는 것. 백인학생들의 따돌림을 피하려 한국어 사용을 자제하며 일부러 한국 친구는 피했고 특히 이성친구로 한인학생은 절대 사양이었다는 것 등이다.
다년간의 한국학교 교사를 경험했던 기자는 이들이 한국어의 필요성도 별반 느끼지 못함은 물론 한국어 실력에 맞춰 나눠진 학급에서 나이에 걸맞지 않는 한국 동요를 부르는 일이 사춘기를 코앞에 둔 남학생들에게 죽기보다 싫은 일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그나마 SAT II 한국어 시험으로 학부모들은 한국어 필요성에 대한 그럴듯한 구실을 가질 수 있게 됐지만.
그러던 그들이 대학을 가면 그들 내부에 숨겨진 한국을 찾으려고 스스로 몸부림친다. 풍물패, 한국관련 세미나 및 특별강좌, 한국어 수업, 한인학생회 활동에 열심을 다하며 스스로 쌓았던 한국과의 담을 부순다. 왜 진작 한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후회하면서.
부모들의 기대보다 늦기는 해도 스스로 철이 들면서 그들은 어정쩡한 한인 1.5세 무리들 이상으로 한국을 탐구하는 열성을 보인다.
3·1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함성의 물결과 고 ‘유관순 누나’를 어김없이 떠올리게 되는 날이다. 비록 우리의 2세들이 ‘유관순 누나’를 모르고 6.25 전쟁을 모른다면 또 어떤가? 기성세대들에게 그렇듯 ‘유관순 누나’가 영원한 ‘한민족의 누나’로 이들 가슴에 새겨질 그날이 올 때까지 지켜봐 주는 여유를 가져봄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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