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일이다. 사이공의 ‘마제스틱’이란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은 음식이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었고 분위기도 좋아 동남아 일대의 부호들이 일부러 사이공을 찾아오기도 했다 한다. 당시 라오스나 캄보디아의 호족들이 아들 딸 혼례 때는 이 호텔 뷔페에서 혼례 잔치를 치르기도 했다하니 그 명성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이 호텔의 뷔페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어느 한국의 유명 인사에게 지배인이 농담조로 "한국 사람은 뷔페만은 좀 삼가 주었으면 좋겠어요…"하더란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뷔페 에서 무슨 큰 실례라도 했느냐고 물었더니, 지배인 하는 말이 "많이, 여러 가지 갖다 먹는 것은 뷔페의 장점이니까 얼마든지 좋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 장점을 잘 이용합니다. 그러나 먹을 만큼만 가져가지 않고 이것저것 마구 담아 가서는 절반 이상을 남기는데 예외가 없습니다. 그래서 뷔페의 접시에 음식이 남아 있으면 으레 종업원들은 ‘코리안 접시’라고 부른답니다. 우리들은 그 음식을 다시 버려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에 뷔페의 한국인은 반갑지가 않답니다." 그 말을 들은 다음 뷔페에서 식사를 하는 한국인들을 유심히 관찰했더니 과연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부끄러웠다고 한다.
그 이전부터 또 어느 곳에서 ‘코리안 접시’라는 말이 생겨나 사용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20여 년이 지난 오늘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사회에도 여전히 ‘코리안 접시’가 남아 있는 것은 문화 민족의 수치다. 음식을 탐하는 것은 먹을 것이 부족하던 옛 시절 모습이다. 한국도 이제 배고픈 시절에서는 벗어 난지 오래고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더욱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살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고급 식사 매너를 지켜야 한다.
어느 외국 여성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자녀 교육관은 어린아이가 집에서 떠들고 버릇없이 굴면 매를 들지만 식당이나 지하철, 공원, 길거리 등의 공공장소에서 떠들고 남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에 대하여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하더라는 것이다. 길거리에서는 휴지를 아무데나 버려도 놔두면서 집에서는 반드시 휴지통에 버리게 하는 것 같은 공중도덕의 결여라는 한국인의 문제점을 엿보았다고 한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도 ‘코리안 접시’가 사라지지 않았다. 한인타운을 제외한 LA 인근의 한인 식당 주인들은 한인 손님들이 많이 오면 백인 손님들이 떠난다며 오히려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하니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같은 음식을 먹는데 무엇 때문에 한인들이 많이 가면 타민족 손님들은 떠나는 것일까. 이제부터라도 수준 높은 식사 매너를 지켜 한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식당에 백인들이 더 많이 오게 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되는 날 ‘코리안 접시’의 의미도 좋은 쪽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한국은 이제 유엔에 분담금을 내는 세계에서 얼마 안 되는 경제규모가 큰 나라이다. 한국인의 지위에 걸 맞는 식사 문화를 가질 때 한국인은 일등국민으로 대접받을 수 있고 한인타운 식당에도 타민족이 더 많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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