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2001 송년시리즈 2 김병현
▶ 홈런악몽 딛고 월드챔피언
가는 곳마다 챔피언 퍼레이드, 메이저리그 성공야화 강연, 만나는 사람마다 사인공세, 참아도 참아도 터져나오는 웃음, 두아름으로도 부족한 돈 보따리…
한국인은 물론 동양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챔피언 링을 차지한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요즘은 그래야 정상이다. 그것은 월드챔피언만이 누릴 수 있는 그해 겨울의 특별한 추억쌓기 관행이다. 그러나 김병현은 요즘 숨어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광주 무등중에서 지난달 챔피언의 모교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은사들과 후배들이 도열해 기다리고 있을 때 그는 도망치는 뒷문으로 빠져나가 구설수에 오르기까지 했다.
챔피언이면서도 섣불리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일그러진 초상, 그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지난 10월의 마지막날 밤과 11월의 첫날 밤 뉴욕 양키스테디엄에서 당한 가위눌림에서 말끔히 헤어나지 못한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3대1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9회말 2사후 티노 마티네스에게 2점짜리 동점홈런을 맞고 10회말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솔로홈런을 통타당한 데 이어 5차전에서도 2대0으로 앞선 9회말 2사후 스캇 브로셔스에게 얻어맞은 투런 동점홈런. D백스가 홈구장 7차전에서 9회말 역전승으로 월드챔피언 트로피를 쟁취한 것도 그에게 한가닥 위안밑천은 될지언정 마음놓고 웃을 수 있는 자격증은 되지 못했다.
한국 언론들이 홈런악몽을 두루뭉실 넘긴 채 WS 제패쪽에 무게중심을 잔뜩 싣고 김병현 띄우기에 여념이 없는 것과는 달리 AP통신이 최근 올해 메이저리그의 유일한 패배자로 BK(김병현)를 꼽는 등 주류 언론의 시선은 과연 그가 내년부터 정상적인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느냐 자체에 모아져 있다. D백스의 밥 브렌리 감독이 얼마전 ML 윈터미팅때 김병현을 내년에도 마무리요원으로 기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고 해서 한국언론에 복음의 소리처럼 취급됐지만 그 발언 역시 한국특파원들 앞에서 늘어놓은 립서비스성이었고 그나마 부상중인 매트 맨타이가 돌아오면 달라질 것이란 자락을 깔아놓은 것이었다.
그렇다고 노상 고개를 숙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에게는 젊음(22세)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쉽사리 꺾이지 않는 기가 있다. 양키스 타자들이 이틀 연속 ‘잠수함’의 넋을 빼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공을 송두리째 앗아간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거의 한달 내내 상대타자들을 만나는 족족 삼진으로 돌려세우거나 피글피글 땅볼·평범한 파울볼로 유도하며 방어율 0.00을 기록한 바 있다. 정규시즌 성적은 78게임에서 5승6패 19세이브(방어율 2.94), 월드시리즈를 포함한 포스트시즌 성적은 5게임 7.2이닝동안 승리없이 1패를 안고 2세이브 2블론세이브(세이브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를 기록했다. 방어율은 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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