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에게서 E-메일이 왔다. 미국회사에 다니는 여동생은 회사에서 대학농구 NCAA 토너먼트 오피스 풀(Office pool)을 하는데 대학농구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니 스포츠기자인 오빠의 도움을 받고 싶단다. 지난해는 무조건 모교인 UCLA를 우승하는 것으로 찍었다가 망해 벌써부터 동료들로부터 이번에는 절대로 UCLA를 찍지 말라는 조언(?)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도움을 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지난해 사내 오피스 풀에서 후배 사진부 기자에 져 2등에 그친 뒤 ‘스포츠기자 별 볼 일 없네’라는 말을 1년 내내 들어온 본 기자 역시 뾰족한 수가 있을 수 없다. 농구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인 옆자리의 동료도 지난해 오피스 풀에서 당당 꼴찌를 했으니 아는 것과 승패 맞추는 것은 아무래도 별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다. 어쨌든 ‘못해도 책임 안 진다’는 다짐을 받아놓고 연구에 들어갔지만 대진표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오리무중. 특히 가장 헷갈리게 만드는 팀이 바로 다름 아닌 UCLA다.
한마디로 우승도 할 수 있고 1라운드서 질 수도 있는 ‘도깨비 팀’이다.
바야흐로 대학농구 NCAA 토너먼트 타임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 미국은 온통 토너먼트의 열기에 휩싸인다. 바로 유명한 ‘3월의 광란’(March Madness). 이것은 단순히 대학농구 팬이나 스포츠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거의 전 사회적인 현상이다. 일단 64강의 대진표가 발표되면 전국 곳곳에서는 총 63게임의 승패를 맞추는 오피스 풀이 조직돼 저마다 5∼10달러의 돈을 걸어놓고 다음 3주간 ‘광란의 마치’에 초점을 맞춘다. 인터넷 스포츠 사이트들은 다양한 상품과 상금 등 미끼를 걸고 토너먼트 대진표로 팬들을 유혹한다.
심지어 CBS 스포츠라인은 전 경기 승패를 맞추는 사람에게 무려 1,0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 상금을 내걸었다. 64팀 토너먼트에서 63게임의 승패를 모두 맞추기를 기대하느니 차라리 로토에 당첨되길 기다리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만 그래도 일단 밑져야 본전이니 안 해볼 수 없다. 1,000만달러 상금이 걸리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지만 아직도 총 63게임 중 50게임 이상을 맞춘 사람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오피스 풀들은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지만 심지어는 법무장관 오피스나 백악관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대학농구 오피스 풀을 가지고 불법 여부를 운운할 수는 없다. 도박 차원만 아니라면 동료들과 점심내기정도의 오피스 풀로 ‘3월의 광란’을 즐겨보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농구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 주저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이변과 파란이 난무하는 ‘3월의 광란’에는 전문가, 비전문가가 따로 없고 이기지 못해도 즐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색이 스포츠 전문가로서 체면치레는 해야 하는 본 기자는 은근히 부담이 된다. 특히 UCLA 대진표만 보면 골치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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