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연양 살해범 종신형 선고
지난 2000년 12월 한인 여대생 남지연(20)양을 무참히 살해한 윌리엄 혹슨(18)에게 가석방없는 종신형이 내려졌다.
4일 오전 10시 LA형사법원 105호 법정의 밥 바워스 주니어 판사는 1급 살인 등 2개 중범혐의로 기소돼 유죄평결을 받은 혹슨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이날 바워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번 사건은 법의 선처가 있을 수 없는 사례“라고 밝혔다. 바워스 판사는 또 피고인이 남양의 유족에게 1만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아울러 명령했다.
이날 아버지 남충희(55)씨는 사망한 막내딸을 잊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 담긴 진정서를 판사에게 제출했으며, 이를 대신 읽던 애나 필립스 검사(강력 갱 전담반)는 목이 메어 수 차례 대독을 중단해 법정 분위기를 숙연케 했다.
효심 깊고 꿈 많은 젊은이였던 남지연양 살해범에게 중형이 선고된 날 아버지 남충희(55)씨는 공정한 판결이 내려졌다는 기쁨보다 알지 못할 설움이 북받쳐 주름진 얼굴에 굵은 눈물만 흘렸다.
대한민국 육군 대위로 예편한 뒤 경북 안동에서 교직에 있던 남씨가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 온 것은 지난 95년. 그는 미군 복무를 마친 뒤 전문직에 종사하는 장남과 장녀,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차남,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가사와 학업에 충실하는 막내딸 지연양을 보며 뿌듯했다. “미국 생활에 성공했다”는 자부심에 주차장을 지켜야하는 야간 경비원 일도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남씨의 소박한 행복은 2000년 12월12일 사람을 증오하는 마음만 가슴에 남은 2명의 라틴계 갱 단원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천사표’ 막내딸이 아파트 주차장에서 피투성이가 돼 쓰러진 것을 보며 남씨는 “먹고사는 것이 바빠” 좀 더 안전한 곳으로 미처 이사하지 않은 자신을 원망했다.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앳된 얼굴의 살인범들을 법정에서 대할 때 동정심이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죽여 놓고 사죄의 말 한마디 없는” 이들의 뻔뻔함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하지만 공판 이후 남씨는 강력 사건만 담당해 마음까지 굳어졌던 차가운 백인 여검사가 흘리는 뜨거운 위로의 눈물을 보고 모든 것을 잊기로 했다. 기자들에게도 “2년 동안 따라 다니느라 수고했다”며 커피를 권한 남씨는 “딸이 언제라도 문을 열고 들어 설 것 같아 미루었던 사망신고도, 손때묻고 숨결이 배어 있어 한가지도 버리지 못한 딸의 물건들도 이제는 정리할 수 있게 됐다”고 또렷히 말했다. 하지만 지갑 속에 감춰 두었던 딸의 사진을 꺼내는 아버지 남씨의 손은 여전히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김경원 기자>newspoe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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