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이다. 하지만 여권에 앞서 인권을 위해서 전쟁에 반대한다.”
올해로 95회째를 맞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8일 전세계 곳곳에서는 지구촌 여성들의 각종 집회와 시위, 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올해는 전운이 짙어지는 이라크전을 앞둔 시점이어서 매년 여성의 권익신장과 차별철폐 등이 주를 이뤘던 여성계의 요구가 반전 구호로 집중돼 눈길을 끌었다.
8일 아랍권과 유럽 미주 아시아 등 지구촌 전역에서는 여성들의 반전 구호가 거리마다 메아리쳤다. 이날 이집트 카이로의 아랍연맹 본부 앞에 모인 250여 여성들은 “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과 어린이”라며 “이라크 공격과 팔레스타인 점령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바레인과 요르단 등 각국 여성들도 “12년에 걸친 대이라크 유엔 제재 조치의 고통은 고스란히 여성과 어린이가 받고 있다”며 이라크 여성들에게 연대감을 표시했다.
미국의 여성 단체들도 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에서 반전시위를 벌일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서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조디 윌리엄스와 작가 앨리스 워커 등 유명 인사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반전시위가 벌어졌고 인간복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라엘리언’ 여성 회원들은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 등지에서 평화를 촉구하는 나체 시위를 벌였다.
대만 여권 단체들도 외교부 건물 앞에서 “정부의 이라크전 반대 선언”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상대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열악한 지역에서 여성의 날은 역설적으로 남성 권력의 힘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는 경찰이 여성에 대한 폭력근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수 백 여 여성 시위자 중 23명을 체포하고 시위대에 곤봉을 휘둘러 여성탄압의 날이 됐다.
경찰은 불루와요에서 시위를 벌인 500여명의 여성들을 향해 곤봉을 휘둘렀으며 수도 하라레에서 폭우 속에 인권유린과 구타 강간 등에 항의 시위를 벌인 400여 여성을 진압했다.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의 하이데라바드에서는 약 5,000명의 하층 여성들이 인디라 공원에 모여 인권신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도중 폭죽 소리를 폭탄이 터진 것으로 오인, 서로 밀치며 공원을 빠져나가려다 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탈레반 시절의 심각한 여성차별로 유명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3,000여 여성들이 자유와 정치적 참여를 요구했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수백명의 여성들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으로 남성과 동등한 정치ㆍ사회적 지위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러시아에서는 여성의 날을 맞아 ‘병영 미인대회’ 진ㆍ선ㆍ미 수상자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각종 미인대회는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이유로 여성계가 전통적으로 비판하는 대상이다.
최종 결선에 오른 16명 가운데 이브닝 드레스 심사와 군사 특기 시범 등 다채로운 심사를 거쳐 영예의 진에 뽑힌 여성은 라디오 기술자로 일하는 타티아나 포세브니나 하사.
러시아에서는 이날 하루에 한해 경찰관들에게 여성 경범자에 대한 특별 선처 지시가 내려져 여성 운전자들에게 경미한 범칙 딱지를 발부하지 않았다.
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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