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이 멈춘지 일년이 넘었어도 포탄의 흔적과 전쟁의 아픈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새로운 삶의 터전을 닦기 위해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을 위해 자신의 꿈을 잠시 접은 한인 여성이 있다.
펜실베니아 챔버스버그 소재 웨이포인트 은행 부지점장으로 있던 사브리나 만(24)씨가 작년 12월 장기 휴가를 얻어 아프가니스탄 출병을 자원한 것은 그가 단지 미 육군 109부대 의료지원단에 소속된 현역 군인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며 봉사에 앞장섰던 만 씨에게 전쟁의 후유증에 허덕이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의 고통스런 삶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부모에게는“이런 계획을 알면 반대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알리지도 않았다.
만 씨의 임무는 아프가니스탄의 전후 복구를 돕고 의료 지원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것 외에 미 정부와 언론에 현지의 생생한 상황을 전달하는 일이다. 또 민간단체들과 접촉하며 지원활동을 조율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머서스버그에 있는 제임스 부캐넌 고교를 수석으로 졸업하며 학교의 촉망받는 재원이던 만 씨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활동 소식은 모교에서도 화제가 됐다. 만 씨는 교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흔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소식을 생생히 전하면서 “이 곳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안전과 교육을 위해 학교에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던 것.
제임스 부캐넌 고교는 만 씨가 활동하고 있는 히말라야산 인근‘시말리 플레인’ 마을과 자매 결연을 맺었고 전 교사들과 졸업생, 재학생들이 한마음으로 구호품과 학용품 수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브리나 만 양의 영향으로 교내에서 이슬람 문화 알기 운동도 일어났다.
거의 매일 밤 미국인 아버지와 주고 받는 이메일에서 만씨는“처음에는 접근을 꺼려하던 여성들이 이제는 사진을 찍어주면 좋아할 정도로 친근해졌다"고 전했다.
양로원에서 일하고 있는 어머니 정선영(49)씨는“2년전 아프간전에 갔었던 딸이 이번에 또 자원했다는 말을 듣고 놀랐으나지금은 너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만 씨의 귀국 예정일은 8월. 어머니는 “딸이 돌아오는 대로 바로 약혼자와 혼인시킬 생각"이라며“약혼자가 직장 관계로 곧 일본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또 떨어져 지내야 할 것 같다"고 서운해 했다.
만 씨의 가족은 현재 펜실베니아 웨인스보로에 소재한 웨인스보로교회(방화성 목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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