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인가.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메이저리거로서 커리어의 기로에 섰다. 레인저스는 28일 올 시즌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박찬호(29)를 15일짜리 부상자명단(DL)에 올렸다. 공식 이유는 허리통증. 하지만 박찬호의 허리가 완전치 않을 지도 몰라도 이번 DL행의 직접적 원인이 허리부상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의 눈에도 명백하다. DL행으로 겉포장을 했으나 실제로 이번 조치는 에이스로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등판경기마다 팀의 사기를 떨어뜨릴 만큼 엉망인 투구를 되풀이하는 박찬호를 마이너리그 강등시킨 것. 올 시즌 그의 부진(1승3패·방어율 7.16)을 감안하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박찬호의 신상에 모종의 변화가 있을 지 모른다는 느낌은 27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벅 쇼월터 레인저스 감독의 행동에서 감지됐다. 4회까지 몸 맞는 볼 2개를 포함, 4사구 6개와 4안타로 4점을 내주며 휘청대던 박찬호가 5회 또 다시 선두타자를 포볼로 내보내자 용수철처럼 덕아웃 밖으로 뛰쳐나온 쇼월터 감독은 마운드에 서있는 박찬호의 손에서 낚아채듯 볼을 빼앗고 강판시켰다. 그리고 곧바로 경기 후 박찬호의 전담캐처인 채드 크루터(38)가 방출 통보를 받았다. 오직 박찬호를 살리기 위해 데려왔던 크루터였기에 박찬호가 제 몫을 못하는 이상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박찬호의 처리문제는 레인저스로서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분 같아서는 당장 쫓아내고 싶을지 몰라도 지난 2001년 사인한 5년 6,500만달러 계약 가운데 거의 4년치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황에선 거의 불가능한 옵션. 불펜으로 보내는 것도 고려대상이었으나 쇼월터 감독은 이미 박찬호에게 더 이상 마운드를 맡길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등장한 해결책이 일단 박찬호를 DL에 올려 액티브 로스터에서 빼고 마이너에서 재충전 시간을 통해 구위 및 제구력을 회복시켜 다시 불러오는 것.
박찬호는 일단 29일부터 시작된 원정여행에서 제외돼 알링턴 집에 머물면서 개인훈련을 하다 레인저스의 트리플A팀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약 2번에 걸쳐 실전등판을 한 뒤 그 결과에 따라 메이저리그 복귀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박찬호의 부진이유가 단기간에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 이 때문에 이번 DL기간은 박찬호가 투수로서 재기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걸린 일생일대의 고비로 다가왔다. 박찬호는 지금 벼랑 끝에 섰다.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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