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월남전을 ‘더러운 전쟁’이라고 불렀다. 강대국들의 이익만을 위한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 언론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전의 지지 부진함이 월남전을 상기시킨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두 전쟁의 유사함은 그 지지 부진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혀 명분이 없다는데 있을 것이다. 초국적 대기업들이 선도하는, 유일한 강대국인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이라크전에 미국은 한국의 참전을 요청하여 지금 한국 사회는 찬반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혼란의 와중에 있는 듯 하다. 이라크전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우리 나라의 경우 결국은 ‘남의 전쟁’에 참여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봉착하여 있으므로 상황은 미국 보다 더 복잡하게만 보인다.
오랜 이민 생활을 보냈지만, 항상 삶의 뿌리가 우리 나라에 있다고 생각해 왔던 나는 대부분의 교포들이 그러하듯이 우리 조국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나는 우리 나라가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도덕성과 문화를 가지고 국제 사회에서 당당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나라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월드컵에서의 4강도 좋고, OECD회원국으로서 세계 경제력 몇 위의 성과도 좋지만, 과연 우리는 그에 걸 맞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조그만 나라에서 공차기는 좀 했네 혹은 어떻게 악바리같이 돈 좀 벌었네 하는 말이나 듣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와 마찬가지로, 만일 불행히 우리 나라가 이번 이라크 전에 참전하기로 결정한다면, 과연 우리 나라가 ‘역시 한국은 인류의 번영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젊은이들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모범 국가’ 라고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아마 그 보다는 역시 예상했던 그대로 아직도 상전인 미국을 거역하지 못하는군 하는 소리를 들을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나는 복잡하고 정치적인 그리고 경제적인 국제 관계라는 커다란 틀은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혹자들이 주장하듯이 당장의 국익을 위해 파병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이웃의 고통을 아랑곳 하지 않는 졸부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슬퍼진다. 우리가 오천 년의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 전통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것은 화석처럼 굳어져 있는 어두운 박물관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좀 더 당당하게 평화의 길을 제시할 수 있는 힘과 도덕성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라크 주민들과의 전투를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길로 우리 젊은이들을 내몰지 말자. 인류문화가 태동한 티그리스 강가, 유프라테스 강가에 사랑과 격려를 나눌 수 있는 생명의 길을 그들에게 열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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