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희 미주본사 논설위원>
최근 한인들이 많이 사는 한 아파트에서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아파트 현관의 편지함 옆에서 어떤 청년이 우편물 한 다발을 슬쩍 집어 가는 장면이 감시 카메라에 잡힌 것이었다. 여러 집에서 나온 전기 요금, 크레딧 카드 대금 등 각종 고지서 우편물들이 집단으로 도난을 당했다.
“돈이 든 것도 아닌데 남의 고지서를 훔쳐서 뭐에 쓸까”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그 고지서 안에서 ‘금덩어리’를 찾아내는 것이 요즘 도둑들이다. 고지서 안의 크레딧 카드 번호, 주소, 이름 … 개인 정보들을 이용해 자동차도 사고, 은행 대부도 받는 신분도용 범죄이다.
미국에 살면서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신분도용 당할 위험이 적은 것이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름이나 얼굴 모습을 보면 인종이 금방 드러나기 때문에 다른 인종들이 가짜 행세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인 신분도용 범죄자들이 늘어나면서 한인 피해자가 날로 늘고 있다. 신분도용 범죄의 가장 답답한 부분은 피해자가 피해를 당하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는 것.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상이 아니라 눈뜨고도 코 베어 가는 걸 모르는 세상이 되었다.
지난해 집을 장만한 회사원 K씨가 그런 경우. 집을 사는 과정에서 크레딧 보고서를 떼어 보니 거기에 상상도 못한 기록이 들어 있었다. 자신이 휴대전화 대금을 몇 달씩 내지 않아 컬렉션 에이전시로 넘어가 있다는 기록이었다. 물론 그는 알지도 못하는 전화였다.
“기록을 바로 잡는데 2~3개월이 걸렸습니다. 보통 짜증나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아니지요.”
신용도용 범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타겟은 크레딧이 우수한 선량한 시민들. 크레딧을 조회해 750점 이상 나오면 대개 별다른 조회 없이 매매가 성사된다는 맹점을 사기꾼들은 알고 있다.
C씨는 좋은 크레딧 덕분에 한 주말에 자동차를 3대나 사는 진기록을 세웠다.
“크레딧 유니언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자동차 융자 신청서류를 보니 주소가 다르다, 웬일이냐는 문의였지요.”
그 주말 자동차 딜러 근처에도 가지 않았던 C씨가 놀라서 조회를 해보니 문제의 도용자는 10여군데 딜러에서 자동차를 사려고 시도해 3대를 사는 데 성공했다.
“전화로 개인 정보를 다 주고 흥정을 하기 때문에 딜러측도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이런 범죄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피해액이 수십만달러 이상이 아니면 경찰이 수사도 안 하는 것 같아요. 방법은 크레딧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받아 체크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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