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신장협회 세미나에 참석한 회원들이 강두만 신장전문의의 강의를 듣고 있다. <서준영 기자>
이웃 속으로… 훈훈한 연말을 위한 시리즈 <3>
사랑의 신장협회
이식수술 받은 4명이 96년 첫 조직
80여 회원들 서로 힘 되주며 정보교환
‘사랑의 신장협회’(회장 김병조)는 지난 96년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한인 4명이 만든 나눔과 위안의 모임이었다. 8년간 매월 3번째 목요일의 월례 모임을 한번도 거른 적이 없고, 5~6명의 임원들이 행사를 준비하지만 그 사이 80명으로 늘어난 회원들은 모두 투병생활의 동료가 됐다. 말 그대로 ‘이웃 속으로…’들어가 서로를 격려하며 생명을 나누는 모임이 된 것이다.
“왜, 내가?” 하며 처음에는 병을 강하게 부정했던 이들이 같은 아픔을 겪고 극복해낸 사람들을 만나며 “나도 이길 수 있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는 꿈을 키워 나가는 공동체가 됐다.
최근 LA한인타운내 한 병원에 신장전문의 강두만 박사를 초청한 모임에도 신참부터 고참까지 참석해 궁금증을 쏟아냈다. 신장질환일까 걱정돼 요바린다에서 단숨에 달려온 50대 여성은 ‘이상 없음’ 판정을 받고, 누군가로부터 “다음엔 뵐 일 없겠네요”라는 ‘덕담’을 듣기도 했다.
신장이식을 기다리며 남편 이상기씨와 함께 매월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김정애(토랜스)씨는 “신장환자에게 중요한 지식도 많이 배우지만, 나와 똑같은 상황의 사람들을 만나볼 때 가질 수 있는 정신적 위안이 모임에 나오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장기기증이 많기 때문에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까지 기다리면 이식을 받을 수 있어 ‘돈 까먹고 죽는 병’이라는 오명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더라도 상태가 악화되면 1주일에 3회, 매번 3시간 이상 투석을 받아야 하고 조직 일치 신장이 나타날 때까지 기약없는 기다림이 계속된다. 이식 수술을 받더라도 백혈구가 이식된 신장을 공격하기 때문에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약을 복용해야 하고, 감기에라도 걸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
김병조 회장은 “신장병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멍에와도 같고,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기다림을 참지 못해 원정 장기이식을 받으러 중국으로 떠났다가 현지에서 사망한 한 회원의 이야기는 모두에게 큰 교훈이 됐다. 최근엔 한 질환자가 모임에 나와 필리핀으로 원정 장기이식을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모두들 만류해 결국 기다림을 택하게 됐다.
협회에 가끔은 ‘신장을 팔겠다’는 은밀한 제의를 해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신장 기증 의사를 밝혀오는 한인들도 있다. 받았기 때문에 나눠야 한다는 점에서 이식수술을 받은 한인들은 거의 모두 장기 기증 서약을 해놓았다.
2004년을 건강하게 마무리하는 이들은 올 한해 소중한 정보를 나눠준 세미나 강사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식사라도 한끼 대접할 계획이다. 십시일반 주머니 돈 털어 운영비도 만들고, 장소도 어렵게 구해 꾸려왔지만 ‘사랑의 신장협회’는 고통을 사랑으로 나누려는 이들 덕에 강인한 생명력과 이웃간의 연대의식을 자랑하고 있다. 문의 (213) 327-4883
<배형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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