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웅씨 피살사건이 발생한 세인트 레지스 리커스토어에서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리커운영 양재웅씨 피살
업소내 감시카메라에 잡힌 범죄 당시 상황.
양재웅씨의 세인트 레지스 리커스토어에는 주민들의 애도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천규 기자>
성실·정직 모토로
남다른 이웃사랑
주민 애도 줄이어
업소 주변 이웃의 사랑을 받던 양재웅 전 가주한미식품상협회장이 강도의 흉탄에 살해됐다.
경기도 평범한 가정의 7남매 중 셋째며 장남으로 태어난 양 전 회장은 지난 1983년 온 가족을 이끌고 미국에 왔다. 서울상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한국 경제개발계획의 청사진을 제작하는 한국은행에서 17년간 근무하다 미국행을 선택한 양 전 회장은 도미 다음해 3가와 올란도 교차로에 있는 ‘세인트 레지스’ 리커를 인수해 젊음을 불태웠다.
한인 리커 업주에 대한 주류사회의 시각이 곱지 않던 시절이지만 양 전 회장은 ‘성실과 정직’을 무기로 영업에 열중했다. 생전 양 전 회장의 어메리칸 드림은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집을 사고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는 것보다 ‘친절하고 정직한 코리안’이 되는 것.
KAGRO회장 재직시 양 전 회장은 협회 회보에서 “회원 여러분이 사시는 동네에 있는 가게에 술주정뱅이가 우글거린다면 여러분의 기분이 어떻겠습니까”라고 반문하며 경제적인 성공만을 목표로 삼지 말고 지역 주민들과 인간적으로 지내는 사랑 받는 업소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인심 좋은 한인이 되기 위해 애쓴 양 전 회장의 노력 때문인지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업소에는 조문을 온 이웃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을 재활 중인 알콜, 마약 중독자라고 밝힌 백인남성 마크는 “정키인 것을 알면서도 돈이 없어 먹을 것을 사먹지 못하는 나에게 외상을 마다 않고 주었다. 아직도 갚아야 하는 외상값이 50달러나 있는데…”라며 문신 가득한 팔뚝을 들어 얼굴에 타고 내리는 눈물을 훔쳤다.
굳게 닫힌 업소 정문 앞에는 이웃 주민들이 두고 간 화환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이웃의 사랑을 받던 양 전 회장을 좋아하는 사람만 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9년 제12대 KAGRO회장을 지낼 때 양 전 회장은 협회가 조각난 책임을 묻는 사람들의 비난에 시달렸다.
한인사회 경제중추인 식품상협회의 커진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공격도 당했었다. 결국 양 전 회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KAGRO회장에서 사퇴하는 불명예를 겪기도 했다.
가주식품상협회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양 전 회장은 사회활동에 열심이었다. 올림픽 라이온스 클럽의 열성 회원이었고, 한인자원자협회(PAVA)의 창립에 나서기도 했으며, 새해부터는 에버그린 산악회 회장을 맡기로 예정됐었다.
60회 생일을 열흘 앞두고 유명을 달리한 양 전 회장은 유족으로 부인 연경씨와 알렌, 빌리, 카니 등 2남1녀가 있다. 장례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경원·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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