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너무 열정적이다 못해 정도에 지나치면 그건 미친 사람이다.
헌데 점잖은 목사들 중에도 축구에 미친 사람이 있다면 세상 많이 달라진 것이다.
내가 문제의 축구광 P 목사를 만난 것은 축구선교다, 조기축구 연합회다, 동분서주하며 이 지역에서 얼굴이 조금 알려진던 90년대 초반이었는데 알고보니 서울신학대학에서 동문수학한 후배였다.
그 시절 이 지역에는 축구를 좋아하는 젊은 목사들의 모임이 하나 있었는데 무슨 규칙을 정하고 조직적으로 모인 것은 아니었다.
축구화를 신은 사람은 한 둘이고 구두 아니면 고작 농구화가 축구화를 대신했으니 오합지졸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동네 축구였다.
그나마 리더는 있었다. 회의를 통하여 정식으로 뽑은 게 아니라 그 중에서도 제일 열성적인 사람이 자진해서 코치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P 목사였다.
한 때는 페어팩스 조기축구회 초창기 멤버이기도 했던 P 목사의 축구 열정은 대단했다. 녹색 잔디만 보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한 게임 했으면...” 먹이를 발견한 맹수의 표정 그 자체다.
지금은 내 잔소리 덕에 꽤 점잖아졌지만 예전 P 목사의 축구 매너는 Yellow(경고) 아니면 Red(퇴장) 감이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누구는 부딪쳐 코피가 터졌다, 누구는 정강이가 멍이 들었다, 그래서 안나오는 목사도 있었고 기피하는 목사도 더러 있었단다.
“어허, 저러다가 누구 하나 다치지...” 그의 몸놀림을 불안해 하는 원로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그게 어디 P 목사의 고의성 일까마는 축구에 대한 불같은 열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성격 탓인 듯했다.
그래도 막무가내였다. 귀찮게 계속 전화로 불러내고 나오면 늘 원맨쇼다. 자기 개인기 하나만 믿고 무조건 단독 드리블이다. 이거야말로 필패의 요인이거늘 도대체 패스를 모르는 천하의 독불장군이다.
내가 자그만치 15년 동안 목사들 축구를 지도해오면서 두 편으로 갈라 경기를 시켜보면 하기도 전에 벌써 승패가 갈렸다. 바로 P 목사가 속해 있는 팀이 십중팔구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동네 축구에 나를 불러낸 P 목사가 이번에는 또 수도한인침례교협의회 야외예배 행사에 나를 끌고 갔는데 이 동기는 결과적으로 워싱턴-볼티모어 지역 목회자들을 축구 경기를 통하여 하나로 결속시키는 특별한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니...
따지고 보면 이 지역 목사들의 축구붐과 열기는 내 휫슬 하나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첫 불씨를 지핀 것은 바로 축구광 P 목사가 아니었나 싶다.
한성호 목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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