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경기고등학교 교장실에선 조촐하지만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소설 ‘상록수’의 작가인 고(故) 심훈(沈薰, 본명 沈大燮) 선생의 유족이 선생 대신 명예졸업장을 받게 된 것.
유족 대표로 명예졸업장을 받은 선생의 친손녀 영주(46)씨는 할아버지가 이 학교에서 제적된 지 86년만에 받게 된 명예졸업장을 안고 감격에 찬 듯 눈물을 글썽였다.
영주씨는 “할아버지는 진정한 독립투사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어 거리낌이 없는 정열적이셨던 분”이라고 떠올리며 “당시 할아버지께서 받지 못하신 졸업장을 이제라도 받게 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1974년 미국으로 이민, 버지니아 센터빌에 거주하는 영주씨는 지 졸업장을 품에 안은 채 “사실 이 졸업장은 내가 아니라 아버지가 받으셔야 한다”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아버지와 함께 오는 건데 아버지가 이 자리에 계시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심훈 선생의 셋째 아들이자 영주씨의 아버지인 재호씨(버지니아 거주)는 선친이 고교 졸업장을 받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쉽게 생각해오다 경기고에 명예졸업장을 수여해 달라는 희망을 전했다고 한다.
영주씨는 이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할아버지의 작품이 시 `그날이 오면’”이라며 “비록 할아버지가 원하는 해방은 됐지만 아직 통일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심씨는 현재 남편 서혁교씨가 사무총장으로 있는 `미주동포전국연합’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설 `상록수’로 널리 알려진 작가 심훈 선생은 이 학교 4학년에 재학하던 중인 1919년 3월 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열린 3.1 독립운동에 참가, 시위에 앞장섰다가 일본 헌병대에 체포됐고 4개월간 투옥생활을 하다 결국 학교에서 제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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