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축구대회에 참가한 경력이 있으면 심지어 집사, 장로 신분일지라도 선수 명단에 넣을 수 없도록 한 후에 혹시나 해서 꼼꼼히 뒷조사까지 했는데도 본인들의 거짓말에 속았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 끼어넣었다가 그것도 경기 막판에 적발되어 도중에 쫓겨나는 소동이 벌어졌으니 도둑 하나를 열이 못 지킨 꼴이 되고 만 셈이다.
파장은 컸다. 덕분에 모처럼 쌓아올린 공적은 와르르 무너지고 팀의 분위기는 완전히 초상집이다.
그 첫 사례가 각각 2명의 조기 축구선수를 끼어넣은 서울장로교회와 순복음제일교회였는데 이 사건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해당팀의 담임목사까지 나서서 나를 설득하느라 애를 쓰기도 했다.
또 천신만고 끝에 결승까지 진출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순복음제일교회의 코치 강기석 집사는 “아이구 목사님, 규정이 너무 셉니 더...” 펄쩍 펄쩍 뛰었다.
규정이 너무 쎄서(그게 사실은 정상인데) 일어난 사건은 부지 기수다. 아대가 없어서 쫓겨난 것은 보통이고 어느 대회 때는 한 선수가 양말 색깔이 틀려서 경고를 받고 잠깐 퇴장한 불과 1-2분 사이에 골을 먹고 석패한 H팀이 있었는가 하면 같은 동료의 유니폼을 못 입게 했다해서 집단으로 항의하다 아예 리그에서 떨어져 나간 M팀도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어떤 제약도 받지 않았던 조기 축구선수들한테 1년을 기다리라느니, 또 속이고 들어왔다가도 쫓겨나는 사태가 빈번해지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단체가 워싱턴의 각 조기축구회들이었다.
무시하네, 기분 나쁘네, 나를 들었다 놨다하며 모였다 하면 육두 문자에 성토가 난무하고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태극축구회 일부 회원들 마저도 오월동주(吳越同舟-사이가 나쁘면서도 때로는 행동을 같이 한다는 뜻)를 서슴지 않았고 정도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한동안 그렇게 화두가 되어오다가 어느날 드디어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한 목사님 누가 기독축구에 대한 글을 신문에 냈던데요? 읽어보셨습니까? 공감이 많이 갑니다”
교회 안에 축구하는 사람이라고는 조기 축구선수가 대부분인 N교회 Y목사다. 그 때문에 평소 기독축구리그 규정을 별로 달갑지 않아 하던 차에 거봐라는 듯이 의기양양한 것으로 보아 신문 내용이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닐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게 아마 영생장로교회에서 목사 축구를 인도하던 2002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미 달포가 지난 문제의 기사를 그 신문 독자 투고란에서 즉시 찾아냈다.
<계속>
한성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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