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일로 경영, 인재양성 뒷전
몸값 부풀려 사표·이직 사태
요즘 한인은행 직원들은 서로 말을 아낀다. 언제 다른 은행으로 가서 경쟁자의 위치로 돌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동료간 우정이나, 은행에 대한 충성은 옛말이 됐다.
일부 젊은 직원들은 최근의 인력난을 악용, 이리저리 다니며 몸값을 올리고 있고 은행은 무리수를 둬가며 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다른 은행 직원을 데려오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한인 은행 직원들의 이동이 도를 넘고 있다.
은행 경력이 불과 몇 년도 안 되는 젊은 직원들이 이직 제의에 연봉 1만여달러 인상과 직급 승진은 기본이고 스톡옵션, 차량비까지 아예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은행들의 지나친 스카웃도 문제다.
최근 한 후발 은행은 간부급 직원 확보를 위해 다른 은행 직원들을 상대로 연봉을 기존보다 5만∼6만여달러나 높여 제시하며 스카웃을 시도하다 한인은행들로부터 ‘터무니없다’는 빈축을 샀다. 다른 대형 은행의 경우 서너명의 직원들이 다른 은행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사표를 내자 대우를 올려주며 적극 붙잡아 이직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현재 은행들이 겪고 있는 인력난과 이에 따른 직원 빼가기의 악순환은 한인 은행계를 지배하고 있는 ‘성장 제일주의’가 낳은 최대의 부작용이 되고 있다.
한인 은행권 인력난의 기본 원인은 잇단 은행 신설과 지점 확장 등으로 지점장과 론 오피서, 오퍼레이션 매니저 등 핵심 인력들의 수요는 커진데 반해 인력 풀은 한정돼 있어 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돼 온데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이 눈앞의 실적에 급급해 새로운 인력 양성보다는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기존 인력들의 빼내오기만 선호하는 행태를 취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 ‘네가 빼가면 나도 빼온다’는 식의 감정싸움 양상까지 되고 있어 직원들의 몸값만 치솟는 부작용에다 은행가 인력 충원 구조의 악순환을 가져오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점장이나 부장급 간부의 경우 한 사람만 빼오면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다 고객까지 줄줄이 따라오게 되니 실적을 위해 스카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신규 채용을 해 직원을 키우자는 의견을 내도 반대가 많은 게 사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은행권 내부에서도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 은행 직원은 “일부 직원들을 위한 과열된 스카웃 경쟁에 따라 기존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알면서도 개선이 안 되는 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은행의 인사 관계자는 “직원 스카웃 경쟁은 내부 승진 기회를 제공하는 등 순기능적 측면도 있지만 이는 은행들의 자체 인력 양성 의지와 정당한 경쟁의 토양이 마련됐을 때 가능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인력 양성 및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