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다운타운의 유니온 리스큐 미션 앞에서 험비 회원인 에릭 한(왼쪽)씨와 에드 김씨가 흑인 여성에게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나눠주고 있다.
봉사단체 ‘험비’ 미담
한인 젊은이들, 지난 7월부터 시작
퇴근 후 밤 12시까지 모여 ‘구슬땀’
“더 많은 한인 젊은이 참여 바래요”
햇볕이 진하게 내리쬐는 27일 오후 12시. 고약한 냄세가 진동하는 LA다운타운 5가와 산 훌리안 교차로에 두 대의 자동차가 들어서자 흑인 노숙자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다. 매주 화요일이면 한인 봉사단체가 샌드위치를 나눠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인 2세들로 이뤄진 봉사단체 ‘Humble Bee(이하 험비)’가 화제다. 지난 7월 말 시작된 이 노숙자 봉사단체는 2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 매주 두 차례 모임을 갖고 노숙자 사역에 여념이 없다.
험비의 회장인 에릭 한(29)씨는 “아는 사람끼리 만남을 갖다 좋은 일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제안에 “친구들이 동의를 해 줘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험비는 2주 전 비영리단체 등록을 마친 후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어려운 일’, ‘힘든 일’ 싫어하는 젊은 세대라지만 한인 2세들은 각자 일에 바쁜 와중에도 퇴근 후 밤 12시까지 500개의 샌드위치를 만드는 등 이웃 사랑에 아낌이 없다. 미용사인 테리박(23)씨는 “처음엔 잘 몰랐는데 노숙자 문제가 심각한 것 같더라”며 그늘 속에 묻혀진 이웃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에스더 김(23)씨는 “처음엔 노숙자를 대하는 것이 무서웠는데 이젠 편안하다”고 말했다.
부족한 돈과 시간을 쪼개 봉사에 나서는 이들도 고민이 있다. 1주일에 하루하는 음식 사역 준비에 300∼400달러 가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운타운의 노숙자들은 이들의 정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딸이 있으니 샌드위치를 더 달라”, “이번에 줄 선 것이 처음이다” 등 갖가지 이유로 이들이 준비한 샌드위치를 30분만에 동을 내버렸다.
다운타운에서 노숙자에게 샌드위치를 나눠주는 사이먼(30)씨는 “카트리나로 신음하는 이들도 있는데 어쩌면 노숙자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노숙자 사역도 결국 한끼 식사 밖에 안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벌이 꿀을 나르듯 노숙자에게 좋은 일을 나르고 싶어 험비라고 단체 이름을 지었다는 회장 한씨는 “매주 하루 샌드위치 냄새에 질식할 것 같지만 다음달 홈페이지를 개설해 더욱 많은 한인 젊은이들과 사랑의 샌드위치를 만들고 싶다”고 희망했다. 대학생, 미용사, 금융업종사자, 일반 회사원 등 평범한 한인 젊은이들이 평범하지 않은 봉사에 한인들을 초대하고 있다. ▲봉사 참가 및 기부는 험비 회장 에릭 한(323)868-9930.
26일 밤 사우스 파사디나의 험비 회장인 에릭 안씨 집에 모인 회원들이 샌드위치 500개를 만들고 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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