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이의헌 기자가 할리웃행 직행버스에서 내려 타운행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승관 기자>
버스 시간 제멋대로… 기다리다“속 터져”
글렌데일에서 한인타운까지 가는 출근길은 10마일 정도의 비교적 짧은 통근 거리지만 프리웨이와 로컬을 번갈아 타야한다. 발렌시아 개발과 라크레센타·라카냐다 지역 인구 증가로 만만치 않은 코스다. 평균 출근시간은 30∼40분 정도나 걸린다.
배차간격 들쭉날쭉 지각도착 일쑤
1시간 52분 걸려 직장에 출근‘녹초’
고유가의 압박과 출퇴근 운전 스트레스를 벗어날 수 있는 대체수단으로 MTA 버스를 생각했다. 26일 밤 인터넷(www.mta.net)을 이용해 버스 노선을 확인한 뒤, 차비를 알아보고, 잔돈을 준비했다. 다음 날 버스에서 읽을 책 한 권을 챙기는 것으로 버스 출근 준비 끝.
과연 버스는 자가용의 대체 출근 수단이 돼 줄 수 있을까? 실망스럽지만 결론은 절대 ‘불가능’이다.
27일 오전8시5분. 평소 출근시간보다 25분 먼저 문을 나섰다. 오랜만에 마시는 아침공기의 상쾌함을 느끼며 버스정거장에 도착한 시간은 8시10분. 텅 빈 정거장에 말동무가 되어준 또 다른 출근자가 나타난 건 8시20분께.
매일 아침 버스로 출근한다는 20대 동남아계 남성인 그와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반대편으로 버스 두 대가 지나갔다. 짜증이 몰려오기 시작할 즈음 “언제쯤 버스가 도착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도착할 때가 지났는데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별스럽지 않다는 반응이다.
8시50분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다. 만원버스에 올라타며 기사에게 ‘40분 기다렸다’고 푸념 해 봤지만, 아무런 대꾸도 않는다. 같이 버스를 기다렸던 남성은 “버스가 종종 늦지만, 독점이어서 항의해도 별 소용이 없다”며 “회사와 집이 그나마 가까워 버스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배차간격은 15분인데 그날따라 그시간대 버스가 펑크가 나면서 꼬박 기다려야 했던 것. 교통혼잡등을 감안한다면 배차 간격을 20분으로 보면 좋다.
글렌데일 갤러리아 앞에서 할리웃행 직행버스(Rapid)로 갈아탔다. 기쁘게도 3분만에 버스가 도착했다. 글렌데일과 LA를 연결하는 직행노선이었지만, 늦은 시간 때문인지 기대했던 한인 출근자는 없었다.
9시10분 백화점을 출발한 버스는 23분 뒤 할리웃 종점에 도착했다. 상쾌한 아침햇살은 이미 뜨거운 햇볕으로 변한 지 오래. ‘휴-’하고 한숨을 한번 내쉰 뒤 회사에 데려다 줄 마지막 버스 정거장으로 가기 위해 3분 정도 걸었다.
운이 좋아 바로 버스가 도착했다. 승차시간은 9시37분, 하차시간은 9시53분. 조바심에 지쳐버린 몸을 이끌고 회사 정문에 들어선 시간은 9시57분. 집을 나선 지 정확히 1시간52분이 지났다. 평소보다 세 배 긴 출근 시간 때문인지 일도 시작하기 전에 피곤이 몰려온다.
출근길 한인승객 인터뷰
버스이용 장정자씨
“왕복 5시간… 급한 일 아니면 참아”
글렌데일에서 LA로 출근하는 2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한인 승객 장정자(70·라카냐다)할머니를 만났다.
70년대, 그러니까 40대 초반에 미국에 건너 온 장 할머니는 30년 동안 운전면허 없이 지냈다. 이민 초기에는 돈도 없었지만 한인타운에 살면서 장사를 해 자가용의 필요성을 못 느꼈다. 은퇴 후 라카냐다에서 아들 내외와 살기 시작한 뒤로는 LA에 한 번 가려면 5시간 정도 걸려 불편하지만, 급한 일이 없으니 참을 만 하다.
장 할머니 “은행 일을 보려고 한 달에 두 번 정도 LA 한인타운에 가는데 버스 배차시간이 긴데다, 세 번이나 환승해야 돼 가는 데만 보통 2시간30분은 걸린다”며 “버스는 우리 같은 노인들이나 타는 거지 바쁜 젊은이들은 안 돼”라고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글렌데일-LA한인타운(편도 10마일) 통근 비교
버스 승용차
비용 월간권-52달러 개스비-월 60달러(엘란트라)
시간 1시간30분∼2시간 30∼40분
장점 운전 스트레스 해방 스케줄 조절 가능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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