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이니 두 길 다 갈 수 없어(중략) 먼젓 길은 다음날 가보리라 하고 생각했지요/ 인생 길 한번 가면 다시 돌이켜 가기 어려우리라 여기면서도/ 오랜 세월 흐른 다음 한숨 지으며 얘기했지요/ 두 갈래 길이 숲 속에 있었는데/ 나는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걸어보지 못한 길’이란 시의 일부다. 선과 악, 성공과 실패, 사랑과 미움, 용서와 보복, 화해와 분쟁, 겸손과 교만 같은 많은 길들의 교차로에서 우리는 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싫든 좋든, 원하든 원치 않든 앞에 놓인 길을 선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15년을 강간범으로 잘못 지목되어 형을 살다가 DNA 검증으로 무죄가 입증되어 출소한 후 자기를 강간범으로 지목해 인생을 망친 그 여인을 찾아가 그 여인의 실수를 용서해 주고 새 출발을 하는 한 사람의 감동적인 용서의 얘기가 있었다. 그 사람은 복수나 증오 대신 용서와 관용의 길을 택함으로 용서받은 사람의 삶까지도 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2주 전 잘 아는 분이 초대해 ‘용서를 넘어선 사랑’을 관람하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책도 읽었고 설교도 많이 들어 아는 내용이지만 용서와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 다시 한번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뉴스데이에 ‘은혜로운 교훈’이란 제하에 틴에이저들이 달리는 차에서 재미로 던진 냉동된 터키에 맞아 얼굴뼈가 다 부서지고 코마에 빠져 사경을 헤매었던 한 여인이 평생을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나와서 관용을 베풀어줄 것을 간청, 25년까지의 형을 받을 수도 있는데 정상 참작이 되어 6개월형과 5년 집행유예의 관대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그 여인은 2개월여 코마에서 깨어나 분노와 고통, 좌절과 절망 속을 헤매었지만 자기를 해친 아이들을 보는 순간 연민이 일기 시작했으며 그녀의 마음에는 처음부터 복수의 마음은 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악을 악으로 갚기는 쉽지만 악을 선으로 갚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용서와 사랑이 그 젊은이를 진심으로 뉘우치게 했고 그 뉘우침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리라 믿는다.
많은 신앙인들이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들을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달라고 간구하지만 우리는 남의 죄를 용서하기는 인색하면서 우리 죄 사함 받기엔 퍽 관대해지길 바라는 뻔뻔함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다. 절대로 복수를 통해서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없다. 강한 자만이 용서할 수 있고, 용서하는 자만이 마음의 평안을 누릴 수 있으며 가장 멋진 복수는 악을 선으로 갚는 것이다.
순례자의 가는 길엔 많은 길이 놓여있다. 우리 프로스트처럼 다 걷고 난 후에 딴 길로 갈걸 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참 생명으로 인도하는 진리의 길을 가고 있는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길을 다 달려간 후 천상병 시인의 ‘귀천’에서처럼 “나 하늘로 돌아가리/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이 세상 아름다웠더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길 걸었으면 좋겠다.
박중기/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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