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친구가 모였다 한 사람은 시인, 한사람은 성악가, 한사람은 작곡가였다. 어느날 세 사람은 일생일대의 커다란 포부를 세웠다. 세 사람은 각자 따로 세계를 돌며 창작을 하고 몇년 뒤에 모여 시인의 시에 작곡가는 곡을 붙이고 성악가는 그 노래들을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은 깨어졌다. 얼마 후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친구 시인이 죽었던 것이다. 위대한 작시를 할 친구가 없이 그 위대한 꿈의 음악회는 열릴 수 없었다. 슬픈 가슴을 안고 작곡가는 한 곡을 지었다. 친구들과 함께 만드는 연작곡 대신 단 한곡만을.
그것은 ‘친구를 위한 진혼곡’이었다. 그 곡은 슬픔 외에도 기쁨과 사랑과 낭만이 서린 특이한 아름다움을 가진 진혼곡이다. 그 작곡가는 다름 아닌 영적인 아름다움을 노래한 프랑스의 낭만파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다.
나는 가끔 그 친구 시인이 죽지 않고 예정대로 그 위대한 음악회가 열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본다. 굉장하였을까, 초라하였을까. 아무러나 좋다. 그 아름다운 꿈은 세 친구를 한데 묶었고 그들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그들의 예술을 키웠다.
그런데 얼마전 이같이 아름다운 세 친구의 이야기가 한국에서 꿈 처럼 들려왔다. 세 친구는 각각 시인, 화가, 소설가로 고향마저 같은 남도의 장흥 고을내기들이다.
그들은 어느 날 “우리가 함께 모여 우리 맘속에 어머니처럼 고이 품고 사는 ‘그리운 고향’을 노래한다면... 우리의 어린 시절과 꿈이 살아있는 고향을 그린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이, 고향이 될까...” 하고 마음을 모았다. 그리하여 시인은 시를 쓰고, 화가는 그리고, 소설가는 얘기를 엮어 책을 하나 펴냈다.
화가 김선두, 시인 김영남, 소설가 이청준이 그들이다. 그 대단한 책은 ‘옥색바다 이불 삼아 진달래꽃 베고 누워’이다. 처음엔 모두 생소했지만 이제 내게는 정답기 그지없는 이름들이다. 김선두 화백은 “고향 속살 읽기”라는 시적인 이름으로 개인전을 했다. 그림들은 “남도 시리즈”라는 아늑하고 정겨운 이름으로 불린다.
그의 그림에선 흙, 나무, 밭, 길, 밭가의 원두막, 살금살금 다가가는 빡빡이 머리의 머스마, 판자 엉성한 고향집 등등... 모두 하나 우리의 향수를 불러내지 않는 것이 없다. 고향이 서울이라도 그 흙내 나는 밭이 그리워지게 할만한 그런 그림들이요 이야기들이다.
나는 요즘 들어 이처럼 감동적으로 삶과 예술, 고향과 우정이 한데 어울린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꿈은 정녕 힘이고 예술이고 삶이다. 인생은 아직도 푸르고 살만하다. 우리도 꿈꾸자. 사랑하자. 명상하자. 책을 읽자. 예술을 가슴에 품자. 행복의 씨를 뿌리자. 삶을 풍요롭게 살자…
박정현
가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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