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사우스 센트럴에서 협동농장을 지키기 위한 철야농성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연대 활동의 일환으로 노동 상담소의 동료들과 함께 찾아갔다.
미국의 협동농장이란 영어로 Community Farm 또는 Community Garden이라고 하며 도시내에 지역정부로부터 책정된 땅을 주민들이 나누어 농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농장은 이웃들 사이의 인간관계 발전. 녹색지대화, 식량 제공, 건강, 취미생활, 자연교육 기회제공등 지역정부의 작은 투자 즉 땅을 제공하는 것으로 엄청난 긍정적인 효과를 주민들에게 돌리는 괜찮은 정책이다.
근무 시간을 마치고 캄캄한 시간에 도착한 우리를 맞이해 준 것은 이곳이 사우스 센트럴 한구석, 41가와 알라미다 라는 사실을 상상할 수도 없는, 온갖 짙푸름으로 가득한 다른 세상이었다. 온갖 채소, 과일나무, 약초밭 가운데 철야농성을 위해 준비된 수십여개의 텐트가 쳐져있었으며 발전기를 돌려 밝혀진 몇개의 전구 밑에는 농장의 농민들과 지원을 나온 사회활동가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우리를 시골 인정으로 맞이한 농민들은 따뜻한 음료수와 음식을 건내주며 그보다 더 따뜻한 감사의 미소를 건네었다. 농장이 사우스 센트럴에 있다고 해서 농민들이 대다수가 흑인들일 것이라는 상상과는 달리 라티노들이 다수였다.
6살 때부터 홀엄마와 함께 농장을 가꾸어왔다는 아직 20세가 채 못되는 학생이 우리 앞에서 농장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4.29가 일어난 1992년 시정부는 주민들을 달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쓰레기 처리장으로 사용하려던 14에이커의 땅을 인근 주민들에게 협동농장으로 제공했다.
주민들이 받은 땅은 쓰레기와 쥐, 잡초, 깨진 유리 조각과 돌 투성이의 쓸모 없는 땅이었다. 그때부터 땀을 투자하여 지금의 녹색지대를 만들어온지 13년. 지금은 총 350여 가족이 14에이커의 땅을 촘촘히 나누어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가족들 중 대부분이 자기 집이 없는 저소득층들로 다수가 결손 가족이며 농작물은 가족의 식량으로 또는 파머스 마켓에서 팔아 부수입을 얻기도 한단다. 그러나 이들의 터전인 이 ‘녹색지대’ 땅의 소유권이 시정부에서 개인으로 넘어가면서 철거 위협에 놓여있다고 한다.
땅주인은 막강한 재력으로 철거절차를 밟았으며 강제철거 위기에 놓인 주민들은 몸으로 막기 위해 벌써 몇 달째 텐트에서 기거하며 농장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텐트 안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철거민에게 다가올 비에 젖은 추운 겨울을 생각했다. 아울러 이들이 차가운 천막바닥에서 자며 어린아이들과 함께 농성을 계속할 것을 상상하니 서글퍼졌다.
자신의 생활 터전이며 삶의 뿌리인 대지에 대한 사랑은 이들이라고 다를 수 없다.
지난 13년간 땀흘려 일한 농장에서 이들이 마음 편히 가족들과 함께 흙을 벗삼아 씨를 뿌리고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농장으로 회복되길 기대한다.
박영준
노동 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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