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광부 12명 생존” 3시간 후 “생존자 1명뿐”
기쁨은 잠시
매몰 광부들이 생존해 있다는 잘못된 소식이 전해진 직후 톨맨스빌의 새고 침례교회에 있던 한 가족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잘못 보고’유족 두번 울렸다
■새고 탄광 폭발 사고
“구조대 교신 착오”해명에 유족들 “이럴수가”분노
탄광 안전위반 작년 208건… 부시, 철저 조사 약속
2일 이른 아침에 발생한 웨스트버지니아 톨먼스빌 ‘새고’ 탄광 폭발 사고는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사고 이후 구조대의 필사적인 구조 작업에도 불구, 매몰된 광부 13명 가운데 12명은 4일 숨진 채 발견됐으며 1명만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새고’ 탄광 사고는 68년 광부 78명의 목숨을 앗아간 매리온 탄광 사고 이후 웨스트버지니아에서 발생한 최대 탄광 참사라는 기록을 남겼다.
◆유족들 분노
‘새고’ 탄광 사고 희생자 유족들은 두 번 울었다. 한 때 매몰 광부 13명 가운데 12명이 생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적을 바랐던 유족들을 환호케 했으나 거꾸로 12명이 숨지고 한 명만 산채 구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들의 기쁨은 분노로 바뀌었다. 새고 침례교회에 모여 기적을 내려준 하나님을 찬양하던 광부의 가족들은 사망자가 단 한명 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욕설과 저주를 날렸으며 질서유지를 담당하던 경찰과 심한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 유족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 인터내셔널 코울 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잘못된 보고 왜 퍼졌나
인터내셔널 코울 그룹의 최고 경영자 벤 햇필드는 구조대와 지상 본부 사이의 교신에 착오가 있었던 같다고 설명했다. 햇필드는 얼굴에 마스크를 쓴 구조대원들은 탄광내 통신 시스템을 이용, 암호로 본부와 교신을 했다고 전하고 수신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전달된 잘못된 보고를 본부 내에 있던 누군가가 외부에 전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햇필드는 첫 보고를 접수한 후 20분 뒤 이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나 보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기다리다 보니 3시간이 지나서야 공식 발표를 하게 됐다며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생존자
유일한 생존자 랜달 맥클로이(27)는 탄광이 무너진 지 42시간만에 구조됐다. 병원으로 급송된 그는 폐가 함몰되고 탈수 증세를 보이는 등 중태다. 병원 측은 “뇌 손상 흔적은 없으며 자극에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맥클로이의 상태를 설명했다. 그는 매몰 광부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렸는데 한 의사는 “그의 젊음이 생존을 가능케 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기공 면허를 갖고 있는 맥클로이는 상대적으로 많은 보수에 끌려 “너무 힘들고 위험하니 그만 두라”는 아내의 만류를 무릅쓰고 3년간 광부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수습
연방 노동부는 4일 탄광 폭발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일레인 차오 연방 노동부 장관은 “비극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조사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기적을 빼앗기고 가슴을 찢긴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새고 탄광
새고 탄광의 소유주인 인터내셔널 코울 그룹은 지난해 11월 이 탄광을 인수했다. 갱도의 길이만 장장 2마일에 달하는 새고 탄광은 매년 7억톤 이상의 석탄을 생산해 왔으며 잦은 안전규정 위반으로 당국으로부터 수시로 지적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고 탄광은 2005년 181차례나 연방안전 규정을 위반했고 주 안전규정 위반사례도 무려 208건에 달했다. 이같은 안전불감증으로 새고 광부들의 부상율도 다른 탄광의 2배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깊은 슬픔에
생존광부가 단 한명에 불과하다는 정정 발표에 유족으로 변한 광부 가족들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탄광사고 일지>
▲2001년 앨라배마 브룩우드 탄광 폭발 사고로 광부 13명 사망
▲92년 버지니아 노턴 사우스마운틴 탄광 사고로 8명 사망
▲89년 켄터키 휘트크로프트 파이로 탄광 사고로 10명 사망
▲86년 웨스트버지니아 페어뷰 탄광 사고로 5명 사망
▲84년 유타 오렌지빌 탄광 사고로 27명 사망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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