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부의 불균형 탓… 납치·파괴·태업 잇달아
주변국에 불똥 튈라 국제사회 전전긍긍
나이지리아가 국제 갈등의 축소판으로 등장했다. 인종 종교 석유 등 세계를 분열시킨 뜨거운 이슈들이 한꺼번에 이 나라에서 분출하고 있다. 정부의 무능, 부족ㆍ종교 간 갈등이 혼란의 배경이라는 점은 주변국과 비슷하나 국제사회가 특별히 나이지리아를 주목하는 까닭은 하루 생산량이 240만 배럴에 달하는 원유 때문이다. 오사마 빈 라덴이 3년 전 나이지리아를 잠재 테러 대상국으로 분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무장 세력인 나이지리아 델타 해방운동(MEND)은 “서방기업이 철수하지 않으면 유조선과 석유시설을 파괴하겠다”며 석유자본과의 전면전을 경고했다.
이들은 앞서 18일 최대 유전 지대인 니제르 델타에서 서방인 9명을 인질로 억류하고, 로열더치 셸의 설비를 파괴했다. 이 때문에 포카도스 항을 통한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수출이 중단됐다. 주말에 나온 이 문제가 20일 국제 원유시장에서 악재로 작용하면 유가는 요동칠 것으로 우려된다. 17일에도 나이지리아 문제로 원유시장은 급등세로 돌변했다.
원유는 나이지리아의 최대 수입원이다. 지난 40여년 간 원유로 번 돈이 5,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민의 4분의 3이 하루 1달러 이하의 수입으로 살 만큼 가난하다. 도시 가정의 10%, 전체 인구의 40%만이 전기 혜택을 누린다. 정부의 무능과 부패는 석유 난까지 불러 파이프라인에서 몰래 석유를 빼내 파는 암시장까지 형성돼 있다.
가난과 토지소유 갈등, 환경 파괴, 석유자본의 착취는 니제르 델타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만들었다. 이 곳에선 반군 뿐 아니라 주민들도 납치, 태업, 파이프라인과 석유시설 파괴 등에 가담하고 있다. 석유 밀거래 권한을 놓고 부족 간 유혈충돌도 비일비재하다.
아이조 족은 석유로 인한 부의 민주적 배분을 요구하며 이 지역 반군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부족은 전체로 보면 소수이나 니제르 델타에만 800만이 거주한다.
부족 갈등으로 수 차례 내전을 치른 나이지리아에서 종교 문제도 만만치 않은 갈등 요소다. 북부와 남부를 이슬람권과 기독교권이 가르고 있는 가운데 서로 다수인 지역에서 상대 종교인들을 박해, 매년 수백명 이상의 희생자를 내고 있다. 최근 유럽언론의 마호메트 만평 파문 이후 두 종교세력이 충돌하면서 최대 45명이 사망했다.
국제사회는 나이지리아 사태의 장기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반군세력은 원유로 서방만 배를 불렸다며 화살을 서방으로 돌리며 세를 키우고 있다. 일부에선 나이지리아발 오일쇼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기독교도인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이 헌법을 수정해 내년 3월 3선에 도전할 뜻을 밝히면서 심각한 정정불안마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무슬림이 거세게 반발해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은 콩고 우간다 등 아프리카 전지역으로 파급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서방 언론들은 북부 이슬람 원리주의와 니제르 델타 지역 불만세력의 연대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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