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회 수 상
▶ 이순각 목사(워싱턴시온장로교회)
대학 3학년 때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저의 학교에는 장학생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장학금을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을 시키고 장학금을 주었습니다. 강의가 없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 책임자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하면 책임자가 일한 시간을 보고합니다. 성적이 좋을수록 편한 일을 맡기는 편이었고 남자와 여자를 고려해 일자리를 정해 주었습니다.
C 군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저와 같은 반이었습니다. 공부도 잘했고 대학 4학년 때는 학생회 회장도 지낸 유능한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도 장학생이 되었습니다.
친구의 임무는 보일러실에서 물이 어느정도 들어 있는지 그것을 점검하고 필요하면 보일러에 물을 채우는 일입니다. 물이 너무 많아도 안되고 너무 줄어도 보일러에 문제가 생깁니다. 하루에 한 번이나 가끔 들러서 유리관의 물높이를 점검하면 됩니다. 그런데 한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물 높이가 낮아져서 물을 채워야 할 경우에는 보일러를 꺼야 합니다. 그리고 충분히 식힌 다음에 물을 넣어야 합니다. 보일러가 가열된 상태에서 갑자기 찬 물을 넣으면 보일러가 터집니다.
한번은 이 친구가 보일러실에 점검을 갔는데 유리관에 물이 한 방울도 없는 것입니다. 겁이 확 났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보일러를 끌 생각은 못하고 빨리 물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에 수도관을 조금씩, 조심스럽게 천처히 열어 물을 채우려고 했습니다.
뜨거운 물에 찬 물을 조금씩 천천히 섞으면 괜찮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기계는 정직했습니다. 그 큰 보일러의 한 쪽에 금이 가며 결국 터지고 말았습니다. 학교는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그날부터 학교는 냉방이 되었습니다. 보일러를 고치는데는 10여일이 걸렸습니다.
다 고친 후에 학장이 친구를 불렀습니다. 친구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학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재산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임무 태만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으로 이미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학장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기술 관리자가 뺏었던 보일러실의 열쇠를 돌려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많이 놀랬지요? 앞으로는 실수하지 마시오.”
친구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징계나 책임 추궁이 아니라 그 일을 다시 하라니,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친구는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면서 자기의 실수로 학교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었으니 이번 학기에는 장학금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보다 더 좋은 적임자에게 그 일을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사양을 했습니다. 학장은 껄걸 웃으면서 “우리 학교에 C군 만큼 경험있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C 군이 가장 적입자입니다”
친구는 열쇠를 받아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순각 목사(워싱턴시온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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