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C모(57)씨는 아들의 결혼준비 때문에 고민이 크다.
혼기를 놓쳐 걱정했던 아들이 배필을 만나 결혼하게 됐다는 소식에 기뻤지만, 한국에 사는 사돈이 신랑측에서 신혼집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집 값에 며느리 예물까지 준비하려니 남편 퇴직 후 모아놓았던 노후자금을 다 털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오는 10월 둘째딸의 혼사를 준비하는 50대 한인여성 L모씨도 비슷한 상황이다. 신랑 부모가 집을 해준다고는 하는데 은근히 푸짐한 혼수를 바라는 눈치다. L씨는 “그냥 보내자니 면목이 없고, 구색 맞추자니 집안 기둥뽑을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쌍춘년을 맞아 올해 결혼하는 커플이 부쩍 늘어났지만, 자녀의 혼인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고 준비해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다. 또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해 직장에 다니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소위 ‘캥거루족’이 늘어나면서 결혼식이나 혼수, 예물비용은 물론 주택 다운페이먼트 비용까지 고스란히 부모의 몫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식 결혼문화를 비껴갈 수 없는 한인 부모들은 자녀의 ‘봉’인 셈이다.
한인가정상담소의 피터 장 소장은 부모들의 고민과 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자녀의 신혼집까지 마련해 줘야한다는 한국식 문화 때문”이라며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부모들도 미국식 문화와 적절히 절충해 형편에 맞게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패밀리 세이버 센터의 이성희 코디네이터도 “자녀들을 돕고 싶은 부모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지나친 도움과 간섭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지적하고 “자녀가 부모의 도움을 요청할 때에만 적절한 선에서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인 부모 중에는 모아둔 돈을 모두 털어 자녀에게 투자한 뒤 자녀가 결혼하거나 독립한 이후에 의지하려는 경우도 더러 있다면서, 자녀도 부모도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는 독립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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