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턴-올림픽 교차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보행자들. 신호등은 4초 남았다며 이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으나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는 제 시간에 건너지 못해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이승관 기자>
타운 횡단보도 신호짧아 사고 위험
“반도 못가 빨간색… 뛸 수도 없고”
오후 1시40분 올림픽-웨스턴 교차로 횡단보도. 전선숙(78) 할머니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적색 신호로 바뀌기 전에 재빨리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전 할머니는 “반도 건너지 않아서 신호가 바뀌는 타운 여러 곳 있다”며 “적색 신호로 바뀌면 차량들이 빨리 건너가라고 위협이라도 하듯 멈췄다 섰다를 반복해 겁이 난다”고 말했다.
한인타운 횡단보도 신호등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신호 길이가 너무 짧아 걸음걸이가 느린 노약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조차 시간 내에 길을 건너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지난 4월에는 횡단보도를 늦게 건넜다는 이유로 경찰관이 발부한 위반 티켓이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던 선랜드의 메이비스 코일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전 할머니가 건넜던 올림픽-웨스턴 교차로의 웨스턴길 횡단보도는 양쪽 가장자리 간 거리가 일반 성인 남자 보폭으로 31걸음이다. 녹색에서 적색 신호로 바뀌기까지 신호 길이(예비 신호 10초)는 28초로 0.9초 당 한 걸음씩 걸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반 성인이라면 문제가 될 게 없지만 노약자들에게는 시간 내에 건너기가 쉽지 않다. 특히 시간대와 차량 통행량에 따라 신호 길이가 최고 10초까지 짧아져 뒤늦게 바뀐 신호를 보고 횡단보도에 들어설 경우 사고 위험은 높아진다.
한인 보행자들이 많이 다니는 윌셔-웨스턴 교차로도 마찬가지다. 윌셔 불러버드를 따라 있는 횡단보도 거리는 25걸음. 신호 길이는 30초로 1.2초 당 한 걸음씩 걸어야 신호 내에 건널 수 있다.
신호 길이가 턱없이 짧은 곳도 있다. 3가-호바트 교차로에 3가를 가로지르는 횡단보도 신호 길이는 18초. 거리는 27걸음. 0.6초 당 한 걸음씩 걸어야 한다는 결론인데 일반 성인도 시간 내에 건너기에도 빠듯해 보였다.
6가-알렉산드리아 교차로의 횡단보도 신호는 더 심각했다. 6가 선상에 놓여 있는 횡단보도 거리는 25걸음인데 반해 신호 길이는 14초. 예비 신호는 녹색 신호가 들어온 지 불과 4초만에 예비 신호로 바뀌었다.
이에 대해 제이슨 이 LA시경찰국 수석공보관은 “횡단보도 교통사고 희생자의 대부분이 노인들”이라며 “이는 신호 길이가 짧아서가 아니라 다음 신호를 기다리라는 의미의 예비 신호에도 걸음이 느린 노인들이 무리하게 길을 건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의 생각을 달랐다. 지난 1월말 횡단보도에서 당한 사고 휴유증으로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는 최명순 할머니(77)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주위를 살핀 뒤 길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젊은이들이야 민첩해 뛰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아 횡단보도를 건너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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