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할수록 더 돈벌이
믹스트 UFC PFC
꿈은 이루어진다.
아무리 눌러도 꺼지지 않는 소망이 있고, 땀과 눈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다부진 결의가 있다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에디 알바레즈(22)가 꿈을 키우는 무대는 철창으로 둘러싸인 8각형의 링이다. 고교시절 레슬링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특기 장학생으로 선발됐으나 대학 진학을 마다하고 피 튀기는 격투기 판으로 뛰어들었다.
’믹스트 파이팅 챔피언십7’ 시리즈에 출전중인 고참 격투기 선수 알바레즈는 지난 3일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의 보드웍 홀 경기장에서 해병대 출신 특공무술 유단자인 데릭 노블(27)과 처절한 ‘진검 승부’를 벌이기 위해 링에 올랐다.
믹스트 파이팅이란 태권도, 가라테, 유도, 무예타이, 레슬링, 복싱 등 서로 다른 스타일의 무술이나 격투기를 익힌 선수들이 거의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가 넉아웃 되거나 ‘항복’할 때까지 치고, 꺾고, 조르는 살벌한 시합이다.
알바레즈의 꿈은 네바다의 라스베가스에 본부를 둔 국내 최대 격투기 기구 ‘얼티밋 파이팅 챔피언십’(UFC)의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 얼티밋 파이팅은 유료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되는 인기만점의 격투기 종목이지만 ‘연장’을 쓸 수 없고 쓰러진 상대를 가격해선 안 된다는 룰만 빼면 거리의 불량배들이 벌이는 막싸움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그래도 UFC는 일본을 근거지로 하는 ‘프라이드 파이팅 챔피언십’(PFC)보다는 ‘양반’이다. 쓰러진 상대를 가격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PFC 격투기는 너무 잔인한 데다 야쿠자 조직이 실질적인 ‘오너’라는 주장이 제기돼 TV 중계가 전면 금지된 상태다.
서로 규칙이 달라 UFC와 PFC 소속 선수들간의 대결이 성사되긴 어렵지만 TV 중계 금지로 재정위기에 몰린 PFC가 미국시장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오는 10월 라스베가스에서 시범경기를 치를 예정이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양대 격투기 기구 사이에 단일 룰 제정 등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알바레즈는 UFC와 PFC의 단일 규정이 마련돼 맞대결이 가능해지면 미국 내에 일기 시작한 격투기 붐이 한껏 고조될 것으로 확신한다.
그가 3일 상대한 전 해병대원 데릭은 시카고 불스 인턴 출신으로 현재 체육행정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텔리. 이 바닥에서 돈을 벌리라곤 상상조차 못했다는 데릭은 시합 때마다 복도에 비치되는 들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며 툴툴댔다.
거의 매번 링 위에서 정신을 잃거나 피투성이가 되게 마련이지만 알바레즈와 데릭 등 챔피언 시리즈에 출전하는 고참 격투기 선수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그리 많지 않다. 1회 출전료 2,000달러에 유료 입장권 1장당 10달러씩이 배당된다. 이외에 상대를 꺾을 경우에 한해 2,000달러의 승리 보너스가 주어진다. 이제까지 알바레즈가 기록한 시합당 최고 수입은 1만5,000달러가 고작이었다. 격투기로 목돈을 벌려면 시합당 최고 100만달러를 손에 쥐는 UFC나 PFC 챔피언이 되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오늘처럼 대나 화이트 UFC 사장과 PFC 헤비급 챔피언 페도르 에메리아넨코가 지켜보는 앞에서 인상 깊은 시합을 펼쳐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 날, 알바레즈는 기회를 살렸고, 그의 꿈은 살아 남았다. 그러나 알바레즈에게 1회 KO 패한 데릭은 들것에 실려 경기장의 길고 어두운 복도를 소리 없이 빠져나갔다.
<이강규 기자>
바딤 클루치스키가 뉴저지 애틀랜틱시티에서 벌어진 ‘믹스트 파이팅 챔피언십 7’ 시합에서 올해 39세인 파트타임 격투기 선수 조이 브라운의 목을 조이고 있다. 이들의 시합은 이 날의 메인 이벤트인 에디 알바레즈와 데릭 노블의 대결에 앞서 펼쳐졌다. <뉴욕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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